Opinion :분수대

개인의 취향

중앙일보

입력 2020.04.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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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앤츠랩 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동료들이랑 점심때 해물짬뽕 먹으러 나가는 게 낙이었는데. 짬뽕 먹으러도 못 나가겠어.”

코로나19에 대한 경계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대기업 다니는 지인이 이렇게 푸념했다. 만약 코로나19에 감염돼 동선이 공개된다면, 수만 명에 달하는 같은 회사 동료들로부터 ‘한가하게 짬뽕이나 먹으러 다녔냐’는 손가락질을 당할까 두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동선 공개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무실에 두고 식당에 가서 현금으로 짬뽕을 사 먹을지를 고민”이라고 농담했다.

코로나19로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알게 된 건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신용카드 결제내역만으로도 누군가의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개인의 ‘취향’이 드러났을 때 미처 예상치 못한 평가가 따라붙는다는 점도 알게 됐다. 집-회사-헬스장만 오가는 확진자엔 건실한 청년이라는 칭찬이, 스타벅스 매장을 자주 들른 여성 확진자에겐 비판이 쏟아졌다.

카드 내역보다 개인의 취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자신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취향을 발견하게 돼 놀라곤 한다.

얼마 전 무심코 유튜브가 추천한 ‘초등교사 브이로그’의 미리보기 영상에 왠지 끌려 몇분간 멍하니 봤다. 젊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전통춤을 교실에서 혼자 연습하는 장면을 찍어 올린 영상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봤는지 모를 그 영상 이후로 유튜브는 수시로 초등교사 관련 각종 영상을 추천해온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새롭게 발견해낸 취향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유튜브 알고리즘을 경계한다. 사소한 취향까지 쏙쏙 뽑아내 그 사람이 접하는 유튜브 세계를 온통 취향에 맞는 것으로만 채워버리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그게 이 세상이라고 착각해 오판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맞춤 정보를 추천받다가 결국 비눗방울 속에 갇히고 마는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21대 총선 결과를 두고 야당이 이른바 ‘보수 유튜브’만 바라보다가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혹시 유튜브 추천에 편향된 시사 채널이 올라오진 않았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게 된다. 당신도 미처 모르는 당신의 취향을 경계할 때다.

한애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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