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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바쁜 두산중공업, 골칫거리 '클럽모우' 골프장에 2200억 대여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 전경. 사진 클럽모우CC 브로셔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 전경. 사진 클럽모우CC 브로셔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이 지난달 27일 국책은행에서 긴급지원 받은 1조원 가운데 일부를 골프장에 투입했다.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떠안게 된 골프장의 빚을 갚기 위해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7일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 시행사인 장락개발에 2021년 4월까지 2200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2200억원은 클럽모우CC 채권 상환에 투입된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시공사로 클럽모우CC 개발에 참여했다. 시행사인 장락개발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클럽모우CC를 개발했지만, 회원권 분양이 저조하면서 부도가 났다.

두산중 홈페이지

두산중 홈페이지

보증을 섰던 두산중공업은 2013년 클럽모우CC를 떠안게 됐다. PF 보증금 1300억원, 공사대금 900억원 등 2200억원을 떠 안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영은 정상화하지 못했고, 적자와 대출 이자만 수백억원씩 매년 쌓여갔다.

두산중공업은 이후 ‘홍천개발 제1차’, ‘홍천개발 제2차’ 식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클럽모우CC를 운영해 왔다.

두산중공업 측은 “오비이락이라고, 국책은행 긴급지원금 투입 이후 하필 채권 상환 만기가 도래해 돈이 투입된 것”이라며 “그동안 사업보고서와 각종 공시를 통해 골프장 경영 현황은 공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클럽모우CC가 지난해에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2013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사진 두산건설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는 2013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면서 시작됐다. 사진 두산건설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클럽모우CC의 매각 가능성도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지원하면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한 상태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아 매각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과, 서울-양양고속도로 강촌IC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아 잘 팔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선 야심차게 추진했던 골프장 프로젝트 탓에 재무 부담만 가중된 사례다. 두산중공업은 경기 고양시 탄현동 2700대 세대 규모 주상복합인 '일산 위브 더 제니스'가 미분양이 나면서 큰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수출입은행은 지난 21일 두산중공업에 1년 만기 5868억원의 대출을 또 지원하기로 했다. 27일 만기가 도래하는 5억 달러 외화 채권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의 외화 채권을 지급보증했다. 올해 만기인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2000억원이다.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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