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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설치 힘들고, 콜센터 먹통" 부산사랑카드에 뿔난 노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시가 지난 17일부터 저소득층에 지급하고 있는 부산사랑카드. [사진 부산시]

부산시가 지난 17일부터 저소득층에 지급하고 있는 부산사랑카드. [사진 부산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할 줄도 모르는데 잔액 확인은 어떻게 합니까.”

코로나19로 어려움 겪는 16만 가구에 선불카드 지급 #선불카드 잔액 확인하려면 스마트폰에 앱 설치해야 #고령 가구 많아 앱 설치 서툴고 콜센터는 먹통

 부산 양정동에 사는 이모(67)씨는 지난 17일 한시생활지원금 50만원이 충전된 선불카드를 발급받았지만, 잔액 확인을 할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씨는“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영수증을 제대로 챙기지 않아 얼마를 사용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선불카드는 잔액 확인이 어렵고, 사용 방법에 대해 물어보려고 해도 콜센터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산시가 지난 1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위해 지급한 한시생활지원금이 선불카드 형태로 발행돼 고령의 사용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대상자 16만 가구에 919억원어치 한시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시생활지원금은 5년 이내에 사용하면 된다. 부산시는 ‘부산사랑카드’라고 불리는 선불카드와 온누리 상품권을 혼합해 지급된다. 1인 가구의 경우 지원액이 52만원으로 50만원은 선불카드로, 나머지 자투리는 1만 원권짜리 온누리 상품권 2장으로 지급된다.

 해당 선불카드는 무기명 카드로 등록 절차 없이 바로 쓸 수 있다. 문제는 잔액을 확인하거나 충전을 하려면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가구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65%에 달한다.

부산시청 전경. [사진 부산시]

부산시청 전경. [사진 부산시]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법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해당 카드를 발급한 카드사(코나아이) 콜센터에 전화가 폭주해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산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전국 기초단체에서 최근에 대량으로 선불카드가 지급돼 콜센터로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콜센터 문의 전화가 좀 줄어들면 전화 연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를 포함한 229개 시·군·구에서 한시생활지원금을 지역사랑카드로 지급한 비율은 75%다.

 앱 설치 후 탈퇴하면 카드 사용이 정지되는 문제로 고충을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50대인 박모 씨는“겨우 앱을 깔고 사용하려고 하니 어려워서 탈퇴했다”며 “이후 동네 마트에서 카드를 사용하려고 하니 해지된 카드라며 결제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앱에서 탈퇴하면 카드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정돼 있다”며 “앱 탈퇴 직전에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 문구가 뜨는데 이용객들이 잘 읽지 않고 탈퇴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부산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잔액 확인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종이 영수증에 카드 잔액이 기재되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카드 단말기 업체와 카드사와 상의해 불편함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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