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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백 만드니 5배 이용 늘었다, 필 꽂히는 '필환경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글로벌 환경기업 테라사이클이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은 지난 2017년 한국 진출 때의 600㎏에서 지난해 약 60t으로 약 10000% 증가했다. 기업의 폐기물 재활용 컨설팅과 운영 등을 해주는 이 회사에는 재활용 컨설팅 문의가 2년새 약 20배로 늘었다. 컨설팅 대상에는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전자담배, 담배꽁초, 사무용품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까지 포함한다. 국내 기업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입소문 탄 알비백, 시장 확대 앞당겨 

알비백. 사진 SSG닷컴

알비백. 사진 SSG닷컴

소비자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9%가 ‘착한 소비’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친환경 소비’를 꼽았고, 친환경 제품 구매 경험 비중도 48.1%였다. 광고 플랫폼 기업 크리테오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국내 소비자 2명 중 1명(51%)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친환경이 필수인 ‘필환경’ 시대에 그린슈머(green+consumer)를 겨냥한 기업 변화가 진행 중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21일 “친환경은 단순히 캠페인이나 사회공헌으로 접근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친환경 요인을 소홀히 하는 기업들은 시장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배송 다회용 가방, 소비자 '죄의식' 덜어 

이런 소비자 변화는 친환경 마케팅 성공 사례로 이어진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지난해 6월 내놓은 새벽배송용 다회용 가방 ‘알비백’이 대표적이다. 일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새벽배송이 시작된 이후 SSG닷컴 고객센터에는 “새벽배송 지역은 아니지만 알비백을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이런 고객 요구에 지난해 8월 이마트에서 4만원에 판매한 알비백 200개는 즉시 완판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소비자들이 ‘알비백 구하는 방법’, ‘알비백 활용 방법’ 등을 공유했다.

알비백 인기는 새벽배송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엔 당초 계획보다 4개월 앞당겨 서울과 분당, 용인 등 17개 구로 권역을 확대했고 올해부턴 서울 전역과 일부 지역까지 하루 2만건 배송 중이다. 온라인 푸드마켓 헬로네이처도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다회용 가방 ‘더그린박스’를 출시한 이후 더그린배송 서비스 이용자가 1년 만에 5배로 늘었다.

쓰레기 없는 특화 매장도 속속

CU 그린스토어(Green Store)에서 판매하는 녹색제품. 사진 BGF

CU 그린스토어(Green Store)에서 판매하는 녹색제품. 사진 BGF

아예 친환경을 테마로 내건 특화 매장도 생겨났다.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내달 올가 방이점을 ‘녹색특화매장’으로 시범 운영한다. 녹색특화매장은 쓰레기가 없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추구한다.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소분 용기 지참 시 5% 할인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친환경 설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올가는 현재 전체 매장의 80%를 환경부 지정 녹색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공정무역인증 상품 전용 존과 친환경인증 녹색제품 존을 별도로 운영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 연말 서울 반포에서 첫선을 보인 친환경 편의점 그린스토어(Green Store) 2호점을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 열었다. 에너지관리시스템(REMS) 등을 구축해 지구온난화지수(GWP)를 약 80% 감축하고 인증한 녹색제품을 판매한다. 그린스토어 1호점에서 처음 선보인 친환경 봉투는 전국 모든 직영점으로 확대했다.

폐기물로 만든 패딩과 옷  

빙그레와 테라사이클이 만든 바나나맛우유 공병으로 만든 ‘분바스틱’(‘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바’나나맛우유 모양 스틱). 사진 빙그레.

빙그레와 테라사이클이 만든 바나나맛우유 공병으로 만든 ‘분바스틱’(‘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바’나나맛우유 모양 스틱). 사진 빙그레.

친환경 소비가 만들어낸 또 다른 문화는 폐기물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업사이클링’이다. 폐기물에서 나온 원사로 만든 가방이나 옷 등이 일반적이다. ㈜비와이엔블랙야크의 친환경 브랜드 나우(nau)는 폐페트병으로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산업폐기물과 폐그물로 만든 리사이클 나일론, 다운 충전재를 모아 만든 리사이클 다운 소재 등을 활용한 옷을 판매하는데 2016년 론칭 이후 매출은 매년 평균 100%씩 신장 중이다. 블랙야크도 올해 봄·여름 시즌 친환경 제품군을 전년보다 200% 늘렸다.

업사이클링 분야와 소재도 다양하다. 빙그레는 최근 테라사이클과 함께 바나나맛우유 공병을 활용해 만든 ‘분바스틱’(‘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바’나나맛우유 모양 스틱)을 선보였다. 분바스틱은 소재도 폐플라스틱병으로 만들었지만,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과 뚜껑 링을 손쉽게 자를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캠페인을 위해 제작한 제품이지만 구매 요청이 쇄도해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로 했다. 테라사이클이 구강건강 브랜드 오랄-비와 함께 폐칫솔로 만든 줄넘기, LG유플러스와 폐휴대폰 등을 활용해 지은 서울 강서구 달빛공원도 업사이클링을 통해 탄생했다.

폐휴대폰 등으로 만든 놀이터(왼쪽)와 폐칫솔로 만든 줄넘기. 사진 테라사이클

폐휴대폰 등으로 만든 놀이터(왼쪽)와 폐칫솔로 만든 줄넘기. 사진 테라사이클

“코로나 19로 일회용품 소비 늘어” 

이렇게 긍정적인 흐름을 탄 친환경 소비가 안착하려면 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친환경 소비에 일시적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의 친환경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마스크·비닐장갑 등의 쓰레기가 급증했다. 비대면 배달이 늘면서 포장재 소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실제 한국통합물류협회 집계 결과 2월 택배 물량은 전월 대비 31.7% 늘었다. 스타벅스에선 일회용컵 사용 비중이 코로나19 이전엔 40%였지만 최근 50%로 늘었다.

홍수열 소장은 “매장에서 쓰는 다회용 컵이나 용기의 위생 문제를 해소하려면 명확한 위생관리 기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세척 전문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현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 마스크를 소각 처리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일부 선진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멸균 분쇄 등 별도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22일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등에서 26일까지 ‘지켜봐요 우리의 지구’ 행사에서 친환경 제품을 할인 판매한다. 헬로네이처는 29일까지 ‘헬로! 지구의 날 특별전’을 통해 더그린배송 이용자들에게 친환경 가방과 삼베 비누망 등으로 구성된 에코 키트를 제공한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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