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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 연간 1억 지출? 중국 부자들의 이색 취미

중앙일보

입력

덩씨는 베이징에서 알아주는 비둘기 애호가다. 그는 비둘기 경주를 위해 직접 새를 기른다. 비둘기는 제 집을 찾아오는 본능을 갖고 있어 기원전 300년 이집트에서부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돼왔다. 덩씨가 즐기는 '비둘기 경주'라는 스포츠는 비둘기의 귀소 본능과 장거리 비행 능력 덕에 발전할 수 있었다.

류페이강은 비둘기 조련사다. 덩씨의 비둘기 중 한 마리와 함께 한 모습

류페이강은 비둘기 조련사다. 덩씨의 비둘기 중 한 마리와 함께 한 모습

비둘기 경주는 정해진 목적지에 어떤 비둘기가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도달하는지 혹은 어떤 비둘기가 가장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지 본다. 한 번 나서면 보통 160km~480km에 달하는 거리를 비행하고 온다.

현대 스포츠로써의 '비둘기 경주'는 1930년대 유럽 상인에 의해 중국에 소개됐지만 활성화 된 건 개혁개방 이후다. 1980년 이전까지는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경주용' 비둘기를 기르고, 훈련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비둘기 사육은 부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취미다

비둘기 사육은 부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취미다

중국에는 현재 1년에 1만 개 이상의 비둘기 경주가 개최된다. 세계 비둘기 애호가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일부 대회는 상금이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9200만원)에 이른다.

덩씨와 같은 비둘기 사육사는 대부분 취미로 이 일을 하거나 자신의 권위, 위신을 위해 비둘기를 기른다. 잘 훈련된 새는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다. 2019년 경매에서는 비둘기 한 마리가 16억 원에 낙찰됐다. 당시 이 비둘기는 벨기에의 은퇴한 도축업자 조엘 베르슈트가 키운 경주용 비둘기로, 유럽 챔피언 경력이 있었다. 2주동안 진행된 경매에서 두 명의 중국인은 베르슈트 씨에게 "반드시 아르만도를 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경매에서 16억원에 팔린 경주용 비둘기 '아르만도(Amarndo)'. 탁월한 방향감각과 강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에서 16억원에 팔린 경주용 비둘기 '아르만도(Amarndo)'. 탁월한 방향감각과 강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 역시 비둘기 사육에 1년 간, 1억 130만원의 비용을 쓴다. 이 값비싼 취미 생활은 자신의 또다른 사업 수익으로 충당한다. 덩씨는 비둘기를 기르고 훈련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비둘기를 기르는 게 크나큰 삶의 낙이다. 그는 새를 기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받은 수많은 트로피를 진열해두고 볼 때마다 자랑스러워 한다.

덩씨는 트로피가 가득한 자신의 책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덩씨는 트로피가 가득한 자신의 책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2018년에는 비둘기 경주 대회에서 참가자가 부정행위를 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7년 750㎞ 구간을 날으는 상하이 비둘기 경주대회에서 비둘기를 고속열차에 태우고 이동하는 수법으로 입상해 상금 14만7000달러(1억 6600만원)를 챙겼으나 부정행위가 드러나 수감됐다.

현재 중국에는 수백 개의 비둘기 협회가 있는데, 이 협회는 '부유한 이들의 사교 모임'처럼 형성돼 있다. 고급 클럽은 그들의 부유한 고객을 위한 대회를 개최하고 사육사들은 새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트레이너팀까지 고용한다.

덩씨는 중국 농촌에서 자라던 시절을 회상하며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새를 기르기는 커녕, 본인이 먹을 식량도 없었다"며 시대가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은 자유와, 돈과 시간을 갖게 됐고 앞으로 비둘기 사육에 더 많은 부가 몰릴 것"이라 말한다.

차이나랩 임서영

네이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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