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비 넘긴 두산중공업…수은, 5억 달러 채권 '대출 전환'

중앙일보

입력 2020.04.21 17:02

두산중공업이 한고비를 넘겼다.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 외화채권 5억 달러를 원화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수은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상반기 중 확정하겠다면서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이 이달 27일 만기인 외화채권 상환금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사진은 8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두산중공업이 이달 27일 만기인 외화채권 상환금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사진은 8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21일 수출입은행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 외화채권 상환 재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7일 만기가 돌아온 외화 공모채(5억 달러) 상환을 위해 5868억원의 원화대출을 내주기로 한 것이다. 수은은 2015년 4월 두산중공업이 이 외화공모채를 발행했을 때 지급 보증을 했던 금융사다.

수은이 새로 내주는 원화대출의 만기는 1년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6개 금융기관과 원화를 지급하고 외화(달러)를 받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다. 선물환 계약조건에 따라 이 원화대출금을 달러당 1170원대의 환율로 환전해 외화채권을 상환할 예정이다.

자구안은 상반기 중 확정

이로써 두산중공업은 당장의 급한 불은 껐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총 1조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두산중공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4조9000억원,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5868억원 대출과 산은·수은의 1조원 긴급 운영자금, 자체 보유 현금(3460억원)을 다 합쳐도 추가로 2조원가량이 더 필요하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지난 13일 자구안을 제출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자구안엔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을 매각한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본점.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본점. 연합뉴스

채권단은 전문컨설팅 기관의 실사를 거쳐 상반기 중에야 자구안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수은은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재무·영업 관련 실사, 자구안의 실현가능성, 상환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반기 중 최종안 확정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구안 타당성과 실사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 없이 채권단과 기업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수은, 정부에 자본확충 요청 검토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지원요청이 이어지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각각 13.97%, 14.48%로 국내 은행 평균(15.25%)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산은 2.67%, 수은 1.79%로 시중은행(0.41%)과 비교해 훨씬 높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위기 기업에 대한 지원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 국책은행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수은 측은 “긴급자금 1조원을 지원하면서 두산중공업의 보유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확보해뒀다”며 “두산중공업 지원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등 필요한 경우엔 정부에 자본확충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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