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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피만 13년…430억원대 사이버범죄조직 총책, 코로나19 뚫고 태국서 압송·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사이버 범죄조직 총책 국내 송환 장면.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난 14일 사이버 범죄조직 총책 국내 송환 장면.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해외에서 13년간 불법 도박이나 투자 사기 등 수백억 원대 규모의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조직의 총책이 태국에서 국내로 압송돼 경찰에 구속됐다. 이로써 이 조직 31명 전원을 일망타진하게 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도박개장,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이모(56)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경찰은 사이트 운영자 등 30명을 같은 혐의로 붙잡아 이들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

13년간 불법도박·투자사기 등 저지르고 도피 

조직도.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조직도.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이들 일당은 2005년 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중국·태국·베트남에서 불법도박(웹보드게임·스포츠도박) 사이트, 허위 주식, 선물 투자, 해외 복권 구매 대행 사기 등 각종 사이버범죄 관련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조직은 개발팀·광고팀·운영팀·환전팀·자금관리팀 등 역할에 따라 나눠 운영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얻은 150억원 상당 범죄 수익으로 2012년 허위 주식, 선물 투자 사기 사이트 4개를 만들어 투자 고객들의 거래 주문을 허위로 체결된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원금에서 손실액과 수수료를 챙겨 빼돌렸다.

경찰은 이씨 조직의 범죄 규모를 약 431억원, 피해자는 약 6500명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이 조사하면서 실제 확보한 피해자는 312명이다. 이 조직이 사기로 적발된 사실을 모르거나 경찰의 연락을 사기로 의심해 통화를 꺼리는 사람이 많아 나머지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장기간 해외에서 지내며 경찰 수사망을 피해 온 이들의 꼬리가 밟힌 건 2016년 한 수사관이 우연히 받게 된 복권 판매 내용이 담긴 스팸 문자 메시지 한 통 때문이다. 경찰은 이 문자 메시지를 단서로 범인 추적에 들어갔다.

경찰은 태국 경찰과 이민청, 경찰청 관계기관과 함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수사를 진행해 총책인 이씨를 지난해 2월 태국 방콕에서 검거했다. 수사 시작 2년 9개월 만이다. 또 다른 사기 혐의로 현지에서 구속된 이씨는 징역형 1년을 마치고 이달 14일 국내로 송환됐으며 지난 16일 구속됐다. 검거에서 국내 송환에 걸린 시간까지 더하면 3년 11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셈이다.

이씨가 태국 교도소에서 오래 지냄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이씨를 수사하는 경찰은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방호복을 입었다. 경찰 조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송환 당일 오후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전체 범죄 수익금 총 111억원(국내 50억원, 해외 6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했다. 또 이씨 법인계좌 18개 안에 있는 범죄수익금 약 5억2200만원에 대한 환수 절차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 은닉재산(예금계좌 38억원, 부동산 23억원)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 결정 사례는 경찰 최초다.

경찰 관계자는 “끈질긴 수사를 통해 국제 사이버범죄조직을 소탕한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해외에 기반을 둔 사이버범죄조직은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방침”이라며 “사이버범죄와 관련해 해외 사법당국과 공조체계를 더욱 다져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범죄 심리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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