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운명쥔 ‘6000억 채권’ 오늘 대출전환 안되면 활로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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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두산중공업 한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한 직원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에 운명의 날이 밝았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1일인 오늘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 외화채권 5억 달러(약 6091억원)에 대한 대출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회의에서 대출 전환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두산중공업은 만기인 이달 27일까지 5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산업은행 등에서 수혈한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맞이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외화채권 6000억 상환 여부 결정
두산솔루스·퓨얼셀 매각 지지부진
매각해도 유동성 위기 해소 안돼

대출 전환은 무난히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대출 전환이 이뤄져도 두산중공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두산그룹이 키를 쥐고 맏형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수자를 특정하진 못했다. 국내 한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매각가에서 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와 바이오 소재 사업에 주력하는 두산솔루스에 대한 시장 가치는 8000억~9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두산 등은 경영권을 포함한 두산솔루스의 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이 최근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연료전지를 만드는 두산퓨얼셀 매각까지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성공적으로 매각한다고 해도 유동성 위기가 단숨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빚이 4조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두 회사를 매각해도 회사채 상환 등에 2조여원이 더 필요하다.

'맏형' 살리려 신사업 매각

매각 이후도 문제다. ㈜두산은 두산그룹 지주사이자 신사업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했다. 미래 먹거리로 꼽는 신사업 분야를 ㈜두산이 보듬어 키운 다음 주식 상장 등을 통해 독립시켰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이 대표적인 회사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맏형을 살리기 위해 미래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기업을 고스란히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두산그룹 내부에선 “몸통을 살리려고 손가락을 잘라내고 있는 형국”이란 평가도 나온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일부 인력과 시설에 대한 휴업을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금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사진 두산중공업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일부 인력과 시설에 대한 휴업을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금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매각하면 두산그룹이 당장 기댈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 17개 비상장사를 소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두산로보틱스와 물류 시스템을 만드는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중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물류는 뛰어난 성장성에도 해외 기업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어 당장 현금을 뽑아내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주력으로 하는 발전과 담수 분야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파고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등 세계적인 발전 분야 기업도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발전용 가스터빈 개발을 끝내고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형 가스터빈 개발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다.

이런 이유로 두산그룹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뤄진 순환 출자 구조에서 수익을 내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따로 떼어낼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 이렇게 될 경우 두산중공업은 그룹에서 분리해 채권단을 거쳐 인수자를 찾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 입장에서 살펴보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은 (매각에서) 제일 뒷순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3D1S' 소문 현실 되나” 걱정

재계에선 ‘3D1S(동양·동부·두산·STX)’ 소문이 결국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부터 이들 그룹사와 관련한 유동설 위기설이 주식 시장 등에서 돌았고, 두산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규모가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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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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