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오는 24일 학교에서 시험지를 배부해 자택에서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이 학생 등교 시 세부 방역지침이나 미응시 학생에 대한 원격 수업 대책을 학교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 학생들을 학교로 부르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시교육청이 일선 고교에 보낸 ‘2020학년도 3월 학평 시행방법 변경 안내’ 공문에 따르면 이번 학평은 고1~3학년 전체 학생에게 시험지를 배부한 뒤 자택에서 풀어보는 형태로 진행된다.
공문에 따르면 학교는 당일 오전에 문제지 배부하되 학생 방문시간을 분산하고 발열체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드라이브스루·워킹스루 등 대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 문제지를 배부하도록 했다.
교육계에는 정부가 세부적인 방역지침도 세우지 않고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전교생이 학교에 모이는 것 자체가 감염 우려가 큰 상황인데,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 없이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교 교사들도 학생들이 시험지를 받기 위해 등교하는 게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교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개학을 연기하고 온라인 개학까지 한 마당에 학생들을 학교에 오라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며 “학생이 학교에 오려면 대부분 버스로 30~40분 이동해야 한다. 교육청 지침대로 교문 앞 도로를 막고 ‘드라이브 스루’를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고교 교사도 “고3 학생 400여명에게 사설 모의고사를 나눠준 적이 있었는데, 시험지 배부에만 4시간 가까이 걸렸다”며 “오전에 시험지를 나눠주고 학생들이 시간표에 맞춰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라는 교육청 지침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이어 “이번 모의평가가 전국 단위 채점과 성적 처리를 하지 않아 수능 모의평가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만큼 등교개학 후 시험지를 나눠줘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은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연기됐다. 당초 3월 12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개학 연기가 이어지며 3월 19일, 4월 2일에 이어 4월 16일, 4월 17일로 한 달 이상 늦춰졌다. 시교육청 모의평가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처음 치러져 ‘대입 가늠자’로 여겨진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이 사실상 취소되면서 5월 12일로 미뤄진 경기도교육청 주관하는 시험이 고3이 치르는 첫 전국 단위 모의고사가 됐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