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약 70%에게 주기로 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지원금)의 대상을 국민 전체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70% 지급 방안을 확정했지만, 선거 기간 민주당이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겠다”고 공약하면서 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 기획재정부 등에서는 계속해서 70% 지급을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정리되는 건가.
- “총리가 시정연설에서 밝히지 않았나. 정부 입장은 지금 수정안을 낼 수는 없는 거고, 70%를 토대로 국회에 보냈다. 이제 국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다. 국회의 시간이 있는 것이다.”
-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그때 정부가 입장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 어제 고위 당ㆍ정ㆍ청에서는 크게 이견이 있거나 그러진 않았나.
- “그렇다.”
이견이 없었다고 하지만, 전날 당ㆍ정ㆍ청은 비공개회의를 열고 두 시간 넘게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짓지 못했다. 회의 전부터 당에서는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등 선거 기간에 국민께 드린 약속도 최대한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공언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측에서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재원을 비축해야 한다”라고 맞서면서 제자리를 맴돌았고, 결정을 국회로 넘겼다.
당과 정부는 70% 지급안을 결정할 때도 대립했다. 정부는 50% 지급을, 당은 70% 지급을 주장하며 맞섰다.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정책 라인에서도 정부 측과 의견이 비슷했다. 이때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수석 등 청와대 정무 라인이 당 쪽의 손을 들어주면서 70% 지급으로 일단락됐다. 홍 부총리는 “내가 반대했다는 사실을 꼭 기록해달라”면서까지 반발했지만, 당·청의 결정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70% 때와 달리 바로 전날 열린 당·정·청 회동에서 지급 범위에 대해 결론을 못 내린 것은 청와대가 당과 정부 사이에서 ‘중립’을 지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때 중립을 지키면서 “정부는 정부의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회로 공을 넘긴 게 아니라 여야 합의안이 나오면 정부와 얘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