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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국의 퍼스펙티브

與 180석 통합당 덕분? 꼼수 판친 연동형 선거법 역풍

중앙일보

입력

김진국
김진국 기자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21대 총선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준연동형 선거법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런 꼼수로 연동형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사라졌다. 오히려 더 거대 양당 중심으로 왜곡됐다.

조그만 바람에도 의석 과장 편중 #연동형 적용하면 안정적 다당제 #경쟁정당 인정해 대화정치하려면 #꼼수 안 통하는 연동형 만들어야

연동형은 국민의 투표에 비례해 정당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그런데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을 싹쓸이하고도 한 석도 없는 것처럼 속임수를 써 비례의석까지 쓸어 먹었다. 창고에 곡식을 가득 쌓아놓은 지주가 소작농에게 돌아갈 구휼미를 빼돌린 꼴이다. 빈익빈 부익부다.
그 바람에 연동형을 없애라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제도로 돌아가라고 한다. 정말 그래야 하나.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 표심이 얼마나 왜곡됐나?

21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

21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

우선 위성정당으로 연동형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비교해보자. 정당 득표율은 미래한국당이 33.84%, 더불어시민당과열린민주당을 합쳐 39.26%이다. 편의를 위해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묶어 비교한다. (표1)

21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비례투표 득표율을 순수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의석을 계산하면 각 정당간 격차가 많이 줄어든다.

21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비례투표 득표율을 순수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의석을 계산하면 각 정당간 격차가 많이 줄어든다.

정당 득표만으로 따지는 건 무리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그 기준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이 129석, 미래통합당 112석, 정의당 32석, 국민의당 22석, 무소속 5석이 된다. (표2)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각 정당의 의석은 어떻게 됐을까.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각 정당의 의석은 어떻게 됐을까.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때는 또 다른 전략투표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장치로 이것을 막았다고 가정하고, 의석을 계산하면 더불어민주당 170석, 미래통합당 98석, 정의당 16석, 국민의당 11석, 무소속 5석이 된다. (표3)

위성정당이 만들어져 양대 정당은 더 가져가고, 군소정당은 의석을 잃었다.

위성정당이 만들어져 양대 정당은 더 가져가고, 군소정당은 의석을 잃었다.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13석, 미래통합당은 5석 더 가져갔고, 정의당은 10석, 국민의당은 8석을 도둑맞았다. (표4)

# 정개특위 자문위는 360석을 제안했다
연동형은 비례의석이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정치학자들은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1 대 1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대한 양보하더라도 지역구와 비례의석 비율이 2 대 1은 돼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역 대표인 상원이 없다. 따라서 지역구를 무작정 줄이기 어렵다. 지역대표성과 인구비례 대표성을 조화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도가 높아 이래저래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 격차를 2 대 1 이내로 하라고 하는데, 강원도 선거구를 어떻게 더 줄이겠나.

총의석을 360석으로 늘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하면 과반수를 얻은 정당이 없어진다.

총의석을 360석으로 늘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하면 과반수를 얻은 정당이 없어진다.

그래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위원회는 전체 의석을 60석 늘리라고 권고했다. 지역구를 253석에서 240석으로 줄이고, 비례의석을 120석으로 해 지역구와 비례를 2 대 1로 맞추자고 했다.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될까. 복잡하니 현재 253개 지역구를 유지한 채 나머지를 연동형 비례의석으로 나누면 더불어민주당 5석, 미래통합당 42석, 정의당 35석, 국민의당 25석을 받게 된다. 전체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68석, 미래통합당 126석, 정의당 36석, 국민의당 25석, 무소속 5석이다. (표5)
비교하기 쉽게 전체 의석 360석을 300석으로 환산하면 더불어민주당이 140석, 미래통합당이 105석, 정의당이 30석, 국민의당이 21석, 무소속이 4석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얻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은커녕 과반의석도 차지하지 못한다. 5분의 3 의석은 개헌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숫자다. 과반 미달 제1당과는 천양지차이다. 미래통합당이제 발로 21대 국회를 차버렸다.

#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인가
연동형비례대표제는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제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소수 정파의 의견을 반영하며, 양극화한 대립정치를 지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20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은 모두 이 제도를 싫어했다. 앞에서 보듯이 큰 정당의 의석은 줄어들고, 작은 정당은 의석이 늘어난다. 과반수를 차지한 제1당이 나오기 어렵고, 다당제가 된다.
2018년 정개특위에서 미래한국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돌아선 것은 군소정당의 협조를 얻어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미래한국당은 이번 총선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거대 양당은 모두 자기가 이기는 선거만 생각했다. 자기 의석이 줄어드는 것만 생각했다. 경쟁 정당이 압도하는 국회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필자는 여러 차례 경고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현행제도로 총선 치렀다면 243대 47이었다’(본지 2018년 7월 12일 자 26면)는 칼럼을 썼다. 지방선거 때 정당투표 결과로 분석해보니 국회의원 선거라면 민주당이 243석, 통합당이 47석을 차지했다. 그런데 당시 논의되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민주당은 절반을 겨우 넘긴 153석이고,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은 80석으로 훨씬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통합당은 무시했다. 또 위성정당을 만들어 민주당이 5분의 3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 연동형, 어디로 가나(표6)

21대 총선 결과와 위성정당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한 경우, 의석을 360석으로 늘려 연동형을 제대로 적용한 경우를 비교하면 연동형을 할수록 정당 간 의석 차이가 줄어들고, 득표율에 가까워진다.

21대 총선 결과와 위성정당이 없었을 경우를 가정한 경우, 의석을 360석으로 늘려 연동형을 제대로 적용한 경우를 비교하면 연동형을 할수록 정당 간 의석 차이가 줄어들고, 득표율에 가까워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표에서 보듯이 연동형으로 가면 미래통합당은 이익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너무 손해다. 21대 국회라면 그렇다. 그렇지만 소선거구제, 또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준연동형 선거제에서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승패가 엇갈린다. 정당 득표율을 보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청산 대상으로 보는 정치에서는 도박을 건다. 경쟁 정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려면 이런 도박판 정치는 안 된다. 이기면 마음대로 하고, 지면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치, 정말 지겹다.
자기 당이 질 때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을,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꼼수가 통하지 않는 제대로 된 연동형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