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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군대 성희롱 당한 女간부 11%···女하사가 주로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 간부(장교·부사관)와 남성 병사 10명 중 1명꼴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3년 주기로 발간되는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는 이전 조사 때는 물론 민간 사회 피해 응답률보다 높은 수치다.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군내 성희롱 피해, 3년 전보다 3% 증가 #민간 사회 피해 응답률보다 더 높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방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지난 8일 각군에 배포한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간부 설문 대상자 중 11.4%가 최근 1년간 성희롱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했다. 여성 군무원에게 같은 항목을 물은 결과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7%였다. 병사의 경우 입대 후 성희롱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7%로 집계됐다.

해당 결과는 3년 전인 ‘2016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보다 그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2016년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을 응답한 여성 간부와 여성 군무원 비율은 각각 8.4%, 4.8%였다. 당시 조사에서 병사의 피해 응답률은 7.2%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이 성희롱 피해 비율이 증가한 건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사회의 성 문제 인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일반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군대 내 성희롱 피해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군내 성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도 성희롱 문제가 여전히 민간 사회보다 심각하다는 의미다.

여성가족부가 2018년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를 조사한 결과 14.2%가 그와 같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3년과 지난 1년이라는 조사 대상 기간을 고려하면 여군 간부와 여군무원의 피해 비율이 일반 여성 근로자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성희롱 피해 경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또 해당 조사에서 남성 근로자 4.2%가 지난 3년간 성희롱 피해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군 복무 기간이 약 2년 정도라고 보면 병사들이 일반 남성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성희롱 피해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성 간부의 성희롱 피해 유형에선 2016년과 2019년 모두 ‘외모 품평이나 성적 농담으로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각각 4.0%와 7.4%로 가장 높았다. 다음 유형으로는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이 2016년 2.5%, 2019년 4.2%로 나타났다.

병사의 경우 2019년 조사에서 ‘외모 품평이나 성적 농담으로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6.4%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자신의 성적 경험을 이야기하며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5.2%, ‘성적 경험을 공개적으로 묻는 등 불쾌감을 주는 행위’ 5.0%,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4.8% 순이었다.

성희롱 발생 당시 계급을 묻는 문항에선 낮은 계급 때 직속 선임으로부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두드러졌다. 여성 간부 중 35.1%가 하사 때 가장 심각한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했고, 가장 심한 성희롱을 한 가해자 계급으로는 상사가 26.7%로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성희롱 이후 군 조치의 만족도에서 남녀 차이가 눈에 띈다는 점을 들어 군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희롱에 대해 취해진 군 조치에 불만족스럽다고 대답한 간부 비중은 남성이 4.3%, 여성이 33.1%로 각각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남성 간부 1만1794명과 여성 간부 6456명, 남성 군무원 2712명과 여성 군무원 3381명, 병사 1만228명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8~10월 실시됐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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