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경민의 퍼스펙티브

전쟁 억지 효과 큰 미사일 전력, 북·중·일에 한참 뒤처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의 안보와 미사일 전력

2017년 10월 발사된 사거리 1만㎞ 이상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연합뉴스]

2017년 10월 발사된 사거리 1만㎞ 이상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연합뉴스]

우리는 ‘미사일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각국이 무기체계를 모두 갖추고 국가 방위를 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사일은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무기체계다.

북한이 미사일에 국력 집중하는 까닭은 공격 능력과 함께 #상대국이 북한 침공할 수 없게 하는 억지력이 크기 때문 #중·일은 ICBM 능력 갖추고 북한도 미사일 강국으로 발돋움 #주변국에 뒤진 미사일 전력으론 한국의 생존 위태로워져

2차 세계대전 말부터 본격화된 미사일의 기원은 중국 송나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약을 발명한 중국은 송나라 시절에 화약의 폭발력으로 날아가는 화전(火箭)이라는 로켓 화살을 전쟁에서 썼다. 13세기 중국을 정복한 칭기즈칸은 화전을 유럽 정복에 사용하면서 로켓 기술이 유럽에 전파됐다. 고려 말기 최무선이 제조한 주화(走火)와 세종 때인 1448년 제작된 신기전(神機箭)도 로켓형 화기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인 1942년 독일 폰 브라운 박사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유도미사일 V-2는 영국에 1500발이 발사돼 2500명이 희생됐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 연구자들이 미국과 구소련으로 이주하며 두 강대국의 우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과 러시아는 미사일로 지구 그 어느 곳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핵탄두를 실어 상대방 국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도 미국 본토에 핵무기를 실어 공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군사용 ICBM은 없지만 16t의 인공위성을 고도 400㎞까지 쏠 수 있는 H-2B 액체연료 로켓을 갖고 있다. 일본은 1.2t의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입실론 고체연료 로켓도 보유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지 일본은 언제든지 ICBM 보유 국가가 될 정도의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체연료 쓰는 북한 북극성 미사일

지난해 9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낼 물자를 실은 무인보급선 코우노토리(HTV)를 탑재하고 발사된 일본의 H2B 로켓.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낼 물자를 실은 무인보급선 코우노토리(HTV)를 탑재하고 발사된 일본의 H2B 로켓. [AP=연합뉴스]

ICBM 보유 국가가 되려면 사정거리가 적어도 1만3000㎞는 넘어야 한다. 또 쏘아 올린 미사일이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 공간을 관성 비행하다가 지상 목표물을 향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수 천도의 열을 견디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이다. 북한은 아직 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액체연료를 쓰는 화성 미사일을 갖고 있다. 발사에 앞서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발사대가 이동식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또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사정거리가 2000~2500㎞로 추정돼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파괴력이 큰 미사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러시아·중국·일본이 ICBM 능력을 갖추고 있고 북한마저도 미사일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과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 같이 제트엔진을 추진체로 쓰는 순항미사일이 있다.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추진력을 크게 만들 수 있어 중량이 무거운 탄두를 쏘아 보낼 수 있지만,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상대국에 쉽게 탐지되는 약점이 있다.

2013일 1월 30일 전남 고흥 땅 외나로도에서 러시아의 협력으로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TV 실황 중계에서도 봤듯 연료 주입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속도전이 필요한 전쟁 상황에서는 필요한 때에 즉각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을 위협적인 군사 무기로 평가하기 어렵다.

고체연료 로켓은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고, 연료와 산화제가 미사일 내부에 충전돼 있다. 발사 단추만 누르면 발사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군사용 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외국 침략 막는 효과적 무기 미사일

지난해 10월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일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핵탄두 탑재 ICBM 둥펑-41. [신화=뉴시스]

지난해 10월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일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핵탄두 탑재 ICBM 둥펑-41. [신화=뉴시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이 달려 탄도미사일보다는 속도가 느린 아음속(subsonic speed)으로 낮은 고도에서 목표물에 접근한다. 토마호크는 인디언 말로 던질 수도 있는 전투용 도끼를 뜻한다. 서부영화에서 인디언들이 도끼를 날려 상대방 등에 꽂히듯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한다는 의미다. 순항미사일은 목표물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GPS 정보로 지형지물을 읽어내며 오차범위 1m 범위에서 목표물을 격파한다. 정확도가 뛰어나지만, 속도가 느려 요격당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사회에서 미사일은 외국의 침략을 막아내는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상대방 국가가 공격할 조짐을 보이면 자국 미사일로 상대국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어 적이 함부로 무력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전쟁 억지력 효과가 크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집중시킨 이유는 보유 미사일로 상대국을 공격하고 상대국들이 북한을 침공할 수 없게 억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사일 전략은 경상북도 김천을 기점으로 동심원을 그려 반지름이 800㎞ 이내에 있는 상대방 국가의 핵심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있다.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2500㎞를 넘는 걸 고려하면 한국도 그 이상의 수준으로 사정거리 제한을 풀어야 한다. 미사일 영역에서 한국은 주변국인 중국·일본은 물론, 북한과 비교해도 그 능력이 한참 뒤처져 있다.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 3000㎞로 늘려야

한국의 고체연료 미사일 사정거리는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800㎞로 제한돼 있다. 1979년 180㎞, 2001년 300㎞, 2012년 800㎞로 늘어났다. 사정거리 800㎞를 확보했기에 한국은 북한의 그 어느 곳도 충분히 타격할 미사일을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남한 곳곳에 설치해 놓았기에 그나마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미사일 사정거리가 늘어난 것은 한국의 국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이 한국을 준(準)강대국 수준의 혈맹으로 자리매김을 새로이 하며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을 없앨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정거리 제한을 없애는 외교적 설득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이 보여준 신뢰다. 한·미 군사동맹의 당사자로서 고체연료 로켓의 사정거리를 40년 넘게 미국이 구속해 왔지만, 미사일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한국만큼 성실하게 협력한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미국 요구에 성실히 부응하며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었다고 설득해야 한다. 사정거리 제한을 풀어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이 3000㎞ 정도의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아시아 군사 전력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전쟁 억지 효과 때문이다. 한·미 군사동맹에서 한국이 충분한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면 미국의 부담이 줄고 한국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전쟁 억지력 효과가 커진다는 사실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주변 국가인 미국·러시아·중국·일본뿐 아니라 북한마저도 고체연료를 쓰는 미사일 사정거리에 제약이 없다.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것은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역학 변화에 따른 정당한 요청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할 정도의 국력을 갖게 된 한국을 진정한 우방으로 대접해 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한·미 군사동맹이다.

김경민 한양대 특별공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