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건너기엔 너무 짧은 보행신호 “중앙보행섬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2020.04.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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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노인 인구가 늘면서 느린 걸음으로 인한 횡단보도 사고도 늘고 있다. [중앙포토]

노인 인구가 늘면서 느린 걸음으로 인한 횡단보도 사고도 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247명 가운데 145명(58.7%)은 길을 걷거나 횡단하다 차에 부딪혀 숨졌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무려 74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안전은 생명이다> 1회
교통약자 교통사고, 최근 3년간 증가
노인 인구 늘면서 보행 중 사고 많아

어린이,노인 특성 맞는 안전대책 필요
"장애인 이동 편의도 확대해야" 지적

 이처럼 노인과 어린이로 대표되는 교통약자의 교통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 권병윤)이 조사한 '최근 3년간(2016~2018년) 교통약자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6년 한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노인과 어린이, 영유아(동반자 포함), 장애인은 모두 5만 4431명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5만 5833명, 그리고 2018년에는 5만 6092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세부적으로 보면 어린이와 영유아 사고는 줄고 있다. 그러나 노인 교통사고가 계속 늘면서 전체 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교통약자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약 1500만명이다. 국내 인구(약 5180만명) 10명 중 3명꼴이다. 이 가운데 노인은 약 770만명으로 교통약자의 51%를 차지한다. 어린이가 22%, 영유아가 16.7%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많이 발생하는 사고가 횡단보도에서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다.

 무단횡단 사고도 적지 않지만, 보행신호 내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도 잦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에서 보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노인이 관광버스에 치여 크게 다쳤다. 이는 노인의 걸음이 일반 보행자보다 크게 느리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보행신호가 채 켜지기도 전에 횡단에 나서거나, 최단거리로 건너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는 노인이 많다 보니 사고도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이 넓은 횡단보도에선 교통약자가 중간에 멈춰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있는 보행섬 설치가 유용하다.[중앙포토]

폭이 넓은 횡단보도에선 교통약자가 중간에 멈춰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있는 보행섬 설치가 유용하다.[중앙포토]

 이 때문에 노인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를 좀 더 길게 하거나, 횡단거리를 줄이기 위한 중앙보행섬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찰은 보행자가 1초당 1m를 걷는 걸 기준으로 녹색신호 시간을 설정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린 어린이가 많은 지역에서는 1초당 0.8m를 기준으로 보행신호를 조정한다. 노인 통행이 잦은 횡단보도 역시 이런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의 홍성민 박사는 "교통약자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안전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노인이나 어린이가 넓은 횡단보도를 한 번에 무리해서 건너지 않고, 중간에서 쉬면서 보행신호를 기다릴 수 있는 중앙보행섬의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탑승 가능하도록 리프트를 장착한 시외버스. [연합뉴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탑승 가능하도록 리프트를 장착한 시외버스. [연합뉴스]

 안전대책과 더불어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요구된다. 홍성민 박사는 "교통약자의 외출빈도를 살펴보면 병원과 복지관 등 치료와 요양 목적이 많다"며 "이를 고려하면 버스 서비스와 보행환경 개선이 더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인과 장애인이 타고내리기 편한 저상버스를 2012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2%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적은 부족한 형편이다. 휠체어 탑승을 위한 리프트를 장착한 고속·시외 버스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단의 권병윤 이사장은 "앞으로는 일반인과 교통약자 모두 불편 없이 안전하게 이용 가능한 교통서비스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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