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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 코로나 효과"···타미플루 만든 회사 2연타석 홈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주가가 9.73% 치솟는다. 의학 전문지 ‘스탯(STAT)’의 16일자 보도 때문이었다.

스탯은 시카고 의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125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했고 이들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됐다고 보도했다. 125명 가운데 113명은 중증 환자였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2명 나왔다고 스탯은 시카고 의대 의료진의 말을 빌어 전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 신약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길리어드 주가가 급등했다. 연합뉴스

미국 생명공학회사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 신약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길리어드 주가가 급등했다. 연합뉴스

이 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17일 미국 생명공학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16일 주당 76.54달러였던 주가는 17일 10% 가까이 오른 83.99달러로 마감했다.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를 만든 회사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길리어드 주가를 밀어 올렸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팬데믹(치명적 감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잠재울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전 세계 주가가 움직였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9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68%, 나스닥종합지수는 1.38% 각각 올랐다. 독일(2.70%), 영국(2.82%), 프랑스(3.42%), 이탈리아(1.71%) 등 유럽 증시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길리어드가 팬데믹을 잠재울 신약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신종 감염병이 세계를 휩쓴다. 돼지에서 시작한 독감이라고 해서 ‘돼지 독감(Swine flu)’ 불린 병이었다. 160만 명이 감염됐고 2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은 ‘신종플루’라고 정의된 그 병이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신종플루 대유행 시기 타미플루가 효과가 있는 거의 유일한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타미플루를 개발한 회사가 바로 길리어드사이언스다. 길리어드는 1987년 당시 30세의 젊은 의학도 마이클 리어단이 ‘올리고젠’이란 이름으로 창업한 생명공학회사다. 길리어드는 타미플루의 성공에 힘입어 승승장구한다. 창업 초기인 92년 3억 달러에 불과했던 이 회사 시가총액은 타미플루 특허권이 종료되기 직전인 2015년 말 1458억 달러까지 급증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생명공학계 ‘공룡’으로 성장한다. 23년 사이 500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길리어드가 자사 개발 신약인 렘데시비르로 또 한 번의 기적에 도전한다. 스탯의 보도에서 알 수 있듯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하지만 낙관만 할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 152개 의료기관에서 2400여 명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임상시험 가운데 극히 일부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위험성이 없는지를 판단하려면 연구를 한참 더 진행해야 한다. 시카고 의대는 미국 방송사 CNBC에 보낸 대변인 성명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임상 데이터로 불완전한 결과”라며 “(렘데시비르의) 안정성과 효과는 여전히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길리어드 생산시설 내부.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길리어드 생산시설 내부.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역시 시카고 의대 의료진의 말을 빌어 “이번 실험은 완전히 통제된 상태에서 진행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113명 중증 환자를 포함한 125명에게 렘데시비르가 투여됐고 이 중 2명만 사망했다. 대부분 환자가 호전되긴 했지만, 이것이 렘데시비르의 효과인지 아니면 환자 자체의 면역력, 다른 치료의 효과인지 분명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렘데시비르가 타미플루처럼 효과 있는 치료제로 인증 받으려면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먼저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서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추가로 진행돼야 하며 ▶실제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명해야 하고 ▶치명적 부작용이 없는지 등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것도 문제다.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3상까지 통과하고도 FDA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한 신약은 수없이 많다.

미국 미국 방송 CNN은 “길리어드가 (코로나19의) 해결책을 찾았다고 보기엔 너무 이르다”고 짚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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