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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총선 조작설에 "김어준인가"···통합당 '태극기'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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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온·오프라인의 열성 지지기반인 보수 유튜버와 태극기 부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이 열성적 우군이긴 하지만, 4·15 총선 참패를 계기로 “보수진영 내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됐다”는 문제의식 역시 커지고 있어서다. 반면 통합당에 여전히 이들과의 적극적 제휴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어 내부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은 이같은 딜레마가 가장 잘 드러난 사안이다. 사전투표 조작설은 통합당 후보가 15일 본투표에서는 우위를 점했지만 9·10일 양일간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역전당한 경우가 발생한 데 착안, 수개표로 진행된 사전투표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보수 유튜버들과 강성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퍼졌다.

차명진 전 의원 등 통합당 일부 인사도 동조했다. 차 전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저도 처음에는 안 믿었다”며 “최소 12곳에서 사전선거 결과가 이상하다. 최소 이곳들만이라도 사전투표함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를 향해서도 “미래통합당 지도부 뭐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조작설은 진영 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유튜버들한테 휘둘리는, 이런 수준의 정당은 이제 안 된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죽어도 정신을 못차리는 것”(18일) “(과거 선거 등에서 음모론을 폈던) 김어준씨와 다를 바가 없는 주장”(17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19일에도 “(음모론 지지자들은) 페이스북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공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며 “이준석을 박살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갈등이 4·15 총선 패배 이후 통합당 노선 투쟁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에서 “좌파, 빨갱이, 사기탄핵, 선거불복을 외치면서 소멸해갈 것인가. 공정, 정의, 안티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경쟁, 젠더이슈 등을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전환할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메시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당의 주인이 바뀌어야 한다. 통합당은 이제 노선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이 극우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세가 약해진 통합당이 ‘아스팔트 우파’로 상징되는 집토끼를 포기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보수 정당 지도부가 교체되면 당내 주류가 형성됨에 따라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이들의 영향력은 자연 도태될 것”이라면서 “다만 혼란상태가 지속되면 이런 음모론이 힘을 얻고 태극기 세력의 영향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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