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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후 한국 경제]올 한해 망친 항공ㆍ면세점, 정부 지원으로 일자리 보존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나항공은 19일 다음달에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15일 무급 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나항공은 19일 다음달에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15일 무급 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관련 산업(관광ㆍ숙박ㆍ면세)은 모두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소매유통업계는 소비 진작책에 힘입은 5월 소비 심리 회복에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실직이 이어지는 등 경제난이 예고된 가운데 소비심리가 불안 심리를 압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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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도 전 직원 최소 15일 이상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번 달에도 사실상 절반의 인력만으로 운영해왔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는 이번 주 발표될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 방안만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LCC에 대한 3000억원 유동성 수혈 등의 지원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새 지원방안에 아시아나 인수를 앞둔 HDC 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에 요구한 차입금 상환 유예와 인수자금 지원, 영구채 5000억원의 채권단 출자 전환 등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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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인 대한항공 지원 등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간에 견해차를 보여 지원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항공업계는 이번 대책 발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유 현금이 이번 달 중으로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여객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노선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했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만 항공사 한 곳당 4000억∼5000억원에 달한다.

LCC 상황은 더욱 다급하다. 유ㆍ무급 휴직, 임금 반납 등을 시행 중이지만 비행기를 띄우지 못해 사실상 매출이 없다. 일부 LCC는 국내선 운항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매출 회복 기여도는 미미하다. 한국이 코로나 19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되면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국제선 비운항 기간을 상반기 내내로 연장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기다리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면세점 동반 추락   

관광·면세 업계도 사정이 다급하다. 1위 하나투어와 2위인 모두투어의 4~5월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99% 이상 감소했다. 부처님오신날에서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봄 황금연휴 장사도 물 건너갔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각 지자체 등에 폐업을 신고한 국내ㆍ외 일반 여행사는 192개다. 주요 12개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기준 2월 말까지 예약 취소로 인한 손실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다. 한국호텔업협회는 코로나 19에 따른 호텔업계 피해를 약 5800억원으로 추산했다.

관광·면세 업황이 언제 좋아질지는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 19 글로벌 여행 수요 회복이 외생 변수이기 때문이다. 변정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코로나 19 모범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만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여행지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코로나19로 공항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는 등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을 당시와 비교해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은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연합뉴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코로나19로 공항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는 등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을 당시와 비교해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은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연합뉴스

면세점 업계는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면세품을 통관해 내국인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매출은 전월 대비 46% 감소한 1조1026억원을 기록했다. 이용객이 거의 없었던 이번 달 매출은 9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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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한국의 양대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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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에서 파는 보세 물품은 국내 통관이 허용되지 않아 시중에 유통할 수 없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 상품은 판매 시기를 놓치면 악성 재고가 되는 만큼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내 통관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실현 가능성은 작다. 관세청은 “업계 요청으로 면담에 응하고 건의 사항을 들은 상태”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또 내수용과 면세용 상품은 수입사가 다른 곳이 많아 내수 업체가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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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부천점 정문 앞 전철 개찰구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를 구별하기 위해서 열화상감지를 측정 중이다.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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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구조조정이 화두로 등장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66을 기록했다.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형마트(44), 백화점(61), 슈퍼마켓(63) 등 오프라인 유통은 물론 선방하고 있는 편의점(55), 온라인ㆍ홈쇼핑(84)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오프라인 유통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월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 200곳을 문을 3~5년 내 닫는다는 구조조정안을 밝혔다. 당장 올해 중 롯데마트 15여곳이 문을 닫으면 직원 3000~4000명을 재배치해야 한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영업 실적을 기록한 이마트도 대형마트의 30%가량을 리뉴얼하고 신규 출점은 중단했다.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소비자가 비대면 소비에 더욱 익숙해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몰락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점포는 감소하는데 고용은 떠안게 된 유통 대기업의 근심은 크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총선에서 여당 압승으로 복합쇼핑몰 규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 확실시되고, 온라인 쇼핑 일상화로 더는 실효성도 없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도 중단됐다”며 “코로나 19로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정부가 대기업 건의 사항도 수용해야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다음 달부터 내수ㆍ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일부 전망은 다소 희망적이다.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의 최근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는 중국 사례를 근거로 빠르면 5월부터 경제활동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상대적으로 좋았던 온라인 유통 매출도 식품 및 필수품 중심이었다는 점을 유의해 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전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업에서 V자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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