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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67)

“폭풍은 지나가고 인류는, 우리 대부분은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the world after corona virus)’이라는 칼럼에서 세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한다.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시민의 권한 강화’, ‘국수주의와 세계 연대’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류는 이제까지 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의 위험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위치 정보의 공유, 치료를 위한 다양한 개인 정보 활용 등으로 가시화하고 있고, 유럽 일부에서는 ‘한국의 시스템은 극단적으로 사생활 침해적이다’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의 위험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위치 정보의 공유, 치료를 위한 다양한 개인 정보 활용 등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의 위험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위치 정보의 공유, 치료를 위한 다양한 개인 정보 활용 등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세계적으로 국수주의와 글로벌 연대 간의 충돌도 이미 시작되었다. 국경을 봉쇄하고 입국자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점점 확산하는 가운데 대한민국도 이제는 상호주의에 따라 입국자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 의료장비, 치료제 개발 등에 있어 연대와 협력 요구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러시아, 북한의 사례를 통해 전체주의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고립과 연대 사이에서 지혜로운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결론은 그리 새롭지 않다. 신뢰와 연대를 통해 인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의미가 단순하다고 실행이 쉬운 것은 아니다.

위기가 남기는 교훈

위기는 늘 극복의 역사를 남긴다. 2020년 코로나 사태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거대한 위기극복 스토리 중 대한민국이 주인공이 되는 첫 사례가 될 것 같다. 미국, 유럽에서 많은 확진자가 생기고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했다. 이들 나라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대한민국은 ‘선거를 치르는 나라’, ‘통제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을 배우겠다고 하고 따라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왜 그런지 하나씩 이유를 찾아보자.

첫째, 시스템의 차이가 존재한다. 공적 의료보험제도를 포함한 시스템 차이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차이를 가져왔다. 전 국민이 가입된 의료보험 제도, 검사받기에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 누구나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등이 검사부터 치료까지 가능하게 했다.

둘째, 정부·지자체·질병관리본부가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한 대응 방안을 시행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검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마스크 사용·손 씻기·소독을 강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등 코로나 확산에 따라 적절한 방안을 실시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폐쇄적이지도 않았다. 차분하고 성실한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에 전 국민이 동의하고, 질서를 지키고 따랐다. 정부와 실무진의 대응은 국민의 신뢰를 얻었고 국제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민적 호응이 다른 나라들과 매우 달랐다. 국민은 대체적으로 정부 방침을 따르고,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나타냈다. [중앙포토]

우리나라는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민적 호응이 다른 나라들과 매우 달랐다. 국민은 대체적으로 정부 방침을 따르고,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나타냈다. [중앙포토]

셋째, 국민의 협력과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다.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민적 호응이 다른 나라들과 매우 달랐다. 일부 종교단체, 병원, 귀국한 교민 등 일부 일탈이 있었지만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대체로 정부의 방침을 따르고,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아 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나타냈다. 시스템도, 시민의 성숙도 그리 쉽지는 않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쌓여 온 무언가가 오늘의 차이를, 대한민국의 우수함을 만들어 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코로나 위기는 극복될 것이고 우리 대부분은 살아남아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많은 차이가 예측된다. 교육, 문화, 마케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대면 경제활동이 확대될 것이고, 기본 소득 같은 개념에 우리는 조금 더 익숙해질 것이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제기되지 않을 것이고, 정부나 지자체의 역량은 재난대응 역량으로 평가받을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 이후, 그리고 또 다른 위기가 올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나라를 모범국가로 만든 세 가지 포인트, 시스템과 적절한 대응방안, 사회적 협력을 가정 경제에 적용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자.

첫째, 위기에 견딜 수 있는 가정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처럼 위기에 빛을 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첫째,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가? 둘째, 일정 기간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긴급예비자금과 보험, 그리고 개인적인 신용 등을 평가해 봐야 한다.

역사는 반복하지만 늘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평소에 돈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10년 주기로 위기가 오간다면 사람은 평생 5번 이상의 위험과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사진 pixabay]

역사는 반복하지만 늘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평소에 돈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10년 주기로 위기가 오간다면 사람은 평생 5번 이상의 위험과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사진 pixabay]

둘째, 돈 관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코로나 위기 이후 주식계좌가 늘어나고 국내 주식을 사자는 운동, 즉 외국인이 매도하는 삼성전자를 개인들이 사는 일명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운동에 동참하는 투자자가 충분히 학습하고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참 좋은 일이지만 과거 위기 때처럼 단기간의 반등을 기대하면서 묻지마 투자를 했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역사는 반복하지만 늘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평소에 투자를 포함한 돈 관리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10년 주기로 위기가 오간다면 사람은 평생 5번 이상의 위험과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돈 관리 역량에 따라 위기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셋째, 가족들 간 소통과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도 사람들은 가족과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지 싶다. 전염병이 돌면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학원에 다녀야 할 시간에 아이들이 집에 있게 된다. 같이 식사하고 얘기 나누면서 사랑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문제가 드러나고 돈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학원을 잠시 쉴 수도 있고, 먹는 것을 줄여야 하며, 지출을 통제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모으려면 평소에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인정하고 신뢰를 키워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다른 것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 위기를 소재로 쓰는 하라리의 칼럼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 반드시 이겨내자는 결심, 결코 이 시간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가져 본다.

“코로나 이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존중과 협력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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