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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부터 폴킴까지…진주 목걸이를 한 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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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속 상류층 여성의 패션에 반드시 등장하는 한 가지는 바로 진주다. 진주가 지닌 대체할 수 없는 특징, 바로 우아함 때문이다.

여성의 전유물 진주, 남성 패션에 등장 #티셔츠·맨투맨 위에 진주 목걸이 연출 #남녀의 성 경계 허문 '젠더리스' 영향 #

우아함의 대명사, 오드리 헵번의 진주 목걸이 패션. 사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우아함의 대명사, 오드리 헵번의 진주 목걸이 패션. 사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할 때 검은색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더하는 스타일링 방식은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면 쉽다. 검은색 지방시 드레스에 올림머리, 선글라스와 함께 목에 두른 진주 목걸이는 우아한 스타일의 정석으로 통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배우 김희애 역시 단아하고 기품 있는 역할을 그려내기 위해 진주 목걸이나 귀걸이를 자주 활용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상류층 여성들의 패션에 진주는 단골로 등장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진주 목걸이를 한 모습. 사진 JTBC

영화나 드라마 속 상류층 여성들의 패션에 진주는 단골로 등장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진주 목걸이를 한 모습. 사진 JTBC

청순함, 순결함, 고귀함을 상징하는 진주는 오랫동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진주 목걸이를 한 새로운 세대의 남자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멧 갈라'에 참석한 해리 스타일스. 사진 연합뉴스=AP

2019년 5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멧 갈라'에 참석한 해리 스타일스. 사진 연합뉴스=AP

영국의 아이돌이자 배우 해리 스타일스는 남자들의 진주 패션을 말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이다. 최근 거의 모든 공식 석상에 진주 목걸이나 귀걸이를 한 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9 멧 갈라’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낸 해리 스타일스의 한쪽 귀에는 물방울 모양의 커다란 진주 귀걸이가 걸려있었다. 지난 2월 1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릿 어워드’에선 레이스 셔츠에 보라색 니트를 겹쳐 입고 진주 목걸이를 더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마치 할머니의 옷장에서 막 꺼낸 듯한 진주 목걸이와 니트였다.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0 브릿 어워드'에 참석한 해리 스타일스. 빈티지풍 진주 목걸이가 눈길을 끈다. 사진 연합뉴스=AP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0 브릿 어워드'에 참석한 해리 스타일스. 빈티지풍 진주 목걸이가 눈길을 끈다. 사진 연합뉴스=AP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유명한 미국의 팝스타 패럴 윌리엄스도 남다른 진주 패션을 선보였다. 주로 맨투맨이나 티셔츠 등 캐주얼한 옷차림에 진주 목걸이와 체인 목걸이를 겹쳐 연출하는 등 독특한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샤넬 캡슐 컬렉션 론칭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보라색 맨투맨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진주 목걸이와 이니셜 목걸이를 겹쳐 걸고 등장했다. 그 밖에 미국의 래퍼 구치 메인(Gucci Mane), 스웨 리(Swae Lee), 에이셉 라키(A$AP Rocky) 등 힙합 패션을 선보이는 이들도 진주 목걸이나 귀걸이를 자주 애용한다.

지난해 3월 방한한 패럴 윌리엄스. 맨투맨 티셔츠에 진주 목걸이와 이니셜 목걸이를 겹쳐 착용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지난해 3월 방한한 패럴 윌리엄스. 맨투맨 티셔츠에 진주 목걸이와 이니셜 목걸이를 겹쳐 착용했다. 사진 일간스포츠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도 진주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지난 2018년 6월 공식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에서 뷔는 흰 티셔츠에 검정 재킷을 입고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했다.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한 모습으로 화제가 된 방탄소년단의 뷔. 사진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를 한 모습으로 화제가 된 방탄소년단의 뷔. 사진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라이언 로셰’의 2020 봄여름 컬렉션 런웨이선 남자 모델들이 편안해 보이는 니트나 티셔츠에 진주 목걸이를 매치해 섬세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라이언 로셰 2020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진주 목걸이를 한 남성 모델. 사진 라이언 로셰

라이언 로셰 2020 봄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진주 목걸이를 한 남성 모델. 사진 라이언 로셰

지난 2월에는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꼼데가르송과 유명 진주 브랜드 미키모토가 협업해 남성용 진주 컬렉션을 선보였다. 유니섹스 디자인으로 진주와 체인 장식 등이 어우러져 한층 일상적인 분위기를 내는 이 목걸이는 8월 꼼데가르송 남성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 공개됐다.

꼼데가르송 멘즈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미키모토와 협업한 유니섹스 디자인의 진주 컬렉션이 등장했다. 사진 꼼데가르송

꼼데가르송 멘즈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미키모토와 협업한 유니섹스 디자인의 진주 컬렉션이 등장했다. 사진 꼼데가르송

한국의 가수 폴킴은 지난 3월 잡지 화보에서 니트와 티셔츠에 진주 목걸이를 더해 색다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담당 스타일리스트인 이한욱 실장은 “평소 반듯한 이미지의 폴킴이 밝은색 니트와 슬랙스 등으로 위트 있는 스타일로 변신했다”며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진주 목걸이를 포인트로 활용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의외성이 돋보이는 스타일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폴킴은 나일론과의 화보 촬영에서 진주 목걸이를 활용한 경쾌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이한욱

가수 폴킴은 나일론과의 화보 촬영에서 진주 목걸이를 활용한 경쾌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사진 이한욱

남자들의 진주 목걸이는 새롭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패션학교 FIT 남성복 전문 조교수 마크 에반 블랙맨의 의견을 인용해 “이제는 흔해진 남성들의 금색 체인 액세서리의 전략적 대체품으로 진주가 떠오르고 있다”며 “남자가 목에 금색 체인을 두르면 아무도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진주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래퍼 에이셉 라키도 진주를 활용한 패션을 자주 선보이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 2019년 2월 9일 열린 프리-그래미 갈라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AP

미국의 래퍼 에이셉 라키도 진주를 활용한 패션을 자주 선보이는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 2019년 2월 9일 열린 프리-그래미 갈라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AP

남성 패션에 진주가 등장하는 이유는 패션계 전반에 부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와 연관된다. 젠더리스는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패션 경향이다. 레이스나 벨벳, 러플 장식 등 여성복의 요소들을 활용한 남성 패션 스타일이 등장하고, 액세서리 스타일링도 새롭게 주목받는다. 이제 남성들은 귀밑으로 떨어지는 드롭 형태의 화려한 귀걸이를 착용하고, 대담한 디자인의 반지를 여러 개 겹쳐 끼기도 하며, 진주나 다이아몬드처럼 남성들이 잘 사용하지 않았던 보석도 기꺼이 활용한다. 남성들이 여성용 핸드백을 연상시키는 작은 가방을 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 출신 싱어송 라이터 숀 멘데스의 진주 패션. 2019년 11월 24일에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AP

캐나다 출신 싱어송 라이터 숀 멘데스의 진주 패션. 2019년 11월 24일에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AP

이는 기존에 형성된 패션 법칙에 상관없이 개인의 취향을 우선하는 트렌드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열린 ‘2019 디자인포럼’에서는 2019·2020년 주얼리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나그니처’가 제시됐다. 나(I)와 시그니처(Signature)의 합성어로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확고한 취향에 따라 주얼리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WJRC) 김다영 선임연구원은 “진주는 고전적인 여성용 보석이라는 기존 공식과 상관없이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의 진주 액세서리가 등장하고 이를 여러 개 겹쳐 착용하거나 다른 주얼리와 믹스 매치해서 성별에 관계없이 착용하는 등 더욱 과감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꼼데가르송과 미키모토가 협업한 유니섹스 진주 컬렉션.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사진 미키모토 홈페이지

꼼데가르송과 미키모토가 협업한 유니섹스 진주 컬렉션.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사진 미키모토 홈페이지

다른 한편으론 진주 자체의 인기도 한몫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여성용 주얼리 부문에서 진주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에 따라 남성 패션에서도 진주가 주목받고 있다. 뉴트로 트렌드 등 빈티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년 여성들이 아닌, 젊은 층에서 진주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이유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진주 주얼리 매출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30대의 매출 신장이 21.6%로 가장 높았다.

일상복 차림에 진주 목걸이로 세련미를 더한 라이언 로셰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라이언 로셰

일상복 차림에 진주 목걸이로 세련미를 더한 라이언 로셰 2020 봄여름 컬렉션. 사진 라이언 로셰

이한욱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셔츠나 니트보다는 티셔츠나 맨투맨 셔츠 같은 일상복 차림에 단순한 형태의 진주 목걸이를 매치해보라”고 추천했다. 이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기본 사이즈의 진주 목걸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김다영 WJRC 선임연구원은 “남성들의 경우 지나치게 클래식한 진주 목걸이보다는 진주와 비즈를 결합한 장난스러운 느낌의 팔찌나 목걸이 등을 일상복 차림에 더해 자연스럽게 스타일링 해보라”고 조언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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