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밀담

[이철재의 밀담] 가위질 3번에 뚝딱···마스크 금지했던 미군, 이젠 "만들어 써라"

중앙일보

입력 2020.04.19 05:00

업데이트 2020.04.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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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보수적인 집단이다. 군의 보수성은 복장 규정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군의 경우 ‘입수(入手)보행 금지’라고 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수 없다. 그런데 전염병이 엄격한 군 규정을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군이 마스크 착용을 허용한 것이다. 미군은 그동안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는 것을 금지했다. 주한미군이 지난해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예외 상황으로 인정했지만, 원칙적으로 마스크 착용은 미군 규정에서 금지사항이었다.

낙하산병 마스크 제작
사령관 직접 착용 시범
보건용 마스크는 금지
마스크 수색 작전도

연방공공보건서비스부대(PHSCC))의 의무총감인 제롬 애드리안 박사가 천을 이용해 마스크를 만드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동영상 Dvids Hub]

연방공공보건서비스부대(PHSCC))의 의무총감인 제롬 애드리안 박사가 천을 이용해 마스크를 만드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동영상 Dvids Hub]

마크 에스퍼 장관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미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인 4일 미 백악관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자발적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미군이 손을 든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17일 현재 미국 국방부는 모두 4849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했다. 이 가운데 2986명은 군인, 675명은 군인 가족, 837명은 공무원, 351명은 민간 계약자 등이다. 현재 미 국방부의 코로나19 사망자는 군인 2명, 군인 가족 3명, 공무원 9명, 민간 계약자 5명 등 모두 19명이다.

에스퍼 장관은 “미군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마스크 착용 지침에 따르면 미 국방부 시설이나 기지, 장비 안에선 6피트(약 1.83m)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못할 상황이면 마스크를 꼭 쓰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면 생활관 안이나 탱크ㆍ폭격기ㆍ함선ㆍ잠수함 내부에선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미 국방부는 이후 좀 더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 6피트 사회적 거리 두기는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주차장, 복도, 출입문, 인도,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등에서도 적용되며, 마스크는 건물 안이라도 개인 사무실이나 6피트 사회적 거리를 지킨 공간 안에선 벗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미국 국방부 지침에 따른 집합. 1.8m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미국 국방부 지침에 따른 집합. 1.8m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마스크 착용 지침은 미군은 물론 미군 가족, 국방부 공무원, 민간 계약업자에게 해당한다. 각 군은 나중에 마스크를 보급품으로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전까지는 개인이 만들어 써야 한다고 각 군은 강조했다. 티셔츠나 깨끗한 천을 여러 겹으로 댄 뒤 고무줄로 귀걸이를 달아 마스크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개인이 제작한 마스크는 여러 번 빨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해군ㆍ해병대는 스키 마스크 안 돼  

반다나스를 두건처럼 쓴 미 육군 병사들. [사진 Operation Bandanas]

반다나스를 두건처럼 쓴 미 육군 병사들. [사진 Operation Bandanas]

목 각반을 차고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미 육군 병사. [사진 미 육군]

목 각반을 차고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미 육군 병사. [사진 미 육군]

미 국방부는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렸는데, 각 군은 이를 조금씩 달리 적용했다. 미 육군은 목 각반(Neck Gaiter), 반다나스(Bandans), 스카프를 마스크 대신 써도 된다고 했다. 또 전투복을 잘라서 마스크를 만들지 말도록 했다. 미 육군의 전투복은 방충제가 화학처리가 돼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에 대한 색깔 지침은 없다. 그러나 미 육군은 갈색 또는 갈색 계통을 권장했다. 메릴랜드주 방위군은 마스크는 검은색, 갈색, 올리브그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 육군은 또 해적 깃발의 해골과 대퇴골 2개를 마스크에 그려 넣지 못 하게 했다.

마스크를 쓰고 훈련장으로 이동 중인 미 해병대 신병들. [사진 미 해병대]

마스크를 쓰고 훈련장으로 이동 중인 미 해병대 신병들. [사진 미 해병대]

미 해군은 미 해병대와 함께 스키 마스크를 금지했다.

미 공군은 목 각반, 목 워머, 방한모를 마스크 대용품으로 허용했다. 단 군의 위엄에 어울려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미 공군은 또 기지를 출입할 때 신원 확인을 위해선 마스크를 내려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미 해병대는 개인 제작 마스크는 반드시 단정하고 군 복장에 어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교를 비하하거나 인종주의적ㆍ모욕적인 메시지나 성차별 또는 무례한 내용의 글ㆍ로고ㆍ그림을 쓰거나 그리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미 해병대는 또 기지나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해병대원과 그 가족은 마스크를 꼭 쓰도록 했다. 단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마스크를 쓸 수 있는 2세 이하의 어린이는 제외다.

이탈리아 주둔 미 육군 장병이 마스크와 두건, 장갑 차림으로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이탈리아 주둔 미 육군 장병이 마스크와 두건, 장갑 차림으로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 미 육군]

미 해안경비대는 색깔에 대한 지침을 명확하게 내렸다. 네이비 블루, 검은색, 회색, 흰색을 권장한 것이다. 다른 색도 심사를 받으면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가급적 많은 마스크를 확보하라

미 국방부와 미군은 한국의 KF94에 해당하는 미국의 N95 마스크는 의료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군은 N95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다.

최근 마스크와 소독제 도난사고가 일어난 미 샌디에이고 해군 병원. 병원 측은 수병과 민간인 직원을 대상으로 불시 가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미 해군]

최근 마스크와 소독제 도난사고가 일어난 미 샌디에이고 해군 병원. 병원 측은 수병과 민간인 직원을 대상으로 불시 가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미 해군]

갑작스럽게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는지 도난 사고도 잇따랐다. 미 샌디에이고 해군 병원은 수병과 민간인 직원을 대상으로 불시 가방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창고에 누가 침입해 마스크와 소독제를 훔쳐가면서다.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 미 해군 낙하산 정비요원. [사진 미 해군]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 미 해군 낙하산 정비요원. [사진 미 해군]

미 국방부와 미군은 마스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르면서 주목을 새로 받는 주특기가 있다. 바로 낙하산 정비요원이다. 이들은 사용한 낙하산을 가져와 정비하고 다시 포장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낙하산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면 재봉틀로 수선을 한다.

미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와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 기지의 낙하산 정비요원은 매일 재봉틀로 낙하산 수선 대신 의료용 마스크 제작에 나선다. 에글린 기지의 미 육군 제7특전단 낙하산 정비요원인 자커리 데이비스 병장은 “나는 나라를 지키려고 입대를 했고, 이(마스크 제작)은 내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 해병대 전투 지원 학교가 공개한 마스크 제작법. 꿰매지 않고 가위짍로만 만들 수 있다. [미 해병대]

미 해병대 전투 지원 학교가 공개한 마스크 제작법. 꿰매지 않고 가위짍로만 만들 수 있다. [미 해병대]

미 해군 수병이 위 방법에 따라 만든 마스크를 쓰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미 해군 동영상 캡처]

미 해군 수병이 위 방법에 따라 만든 마스크를 쓰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미 해군 동영상 캡처]

미 해병대 전투 지원 학교는 꿰매지 않고 보급용 러닝으로 마스크를 손쉽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 방법에 따르면 가위질 3번이면 마스크가 뚝딱 나온다.

의료용 얼굴 가리개의 3D 프리턴 도면. [사진 미 공군]

의료용 얼굴 가리개의 3D 프리턴 도면. [사진 미 공군]

미 국방부와 미군은 마스크 확보에 첨단 기술을 속속 동원하고 있다. 지난 7일 미 공군은 3D 프린터로 의료용 얼굴 가리개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면을 만들었다. 미 국방부는 5억 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해 N95 규격의 마스크를 20번 이상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미 육군은 보급용 마스크를 검은색이나 위장 무늬를 그려 넣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l

포트 스튜어트 헌터 육군 비행장은 마스크 규정을 설명하는 그림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온 마스크나 말머리 가면은 안 된다고 명시했다. [포트 스튜어트 헌터 육군 비행장 페이스북 계정]

포트 스튜어트 헌터 육군 비행장은 마스크 규정을 설명하는 그림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온 마스크나 말머리 가면은 안 된다고 명시했다. [포트 스튜어트 헌터 육군 비행장 페이스북 계정]

상황이 엄중한데도 미군은 마스크를 갖고 각종 패러디를 만들고 있다. 포트 스튜어트 헌터 육군 비행장은 마스크 규정을 설명하는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온 마스크나 말머리 가면은 안 된다고 명시했다. 미 육군 제1 기갑사단은 트위터에 모 기지인 포트 블리스의 사령관 스튜어트 제임스 대령이 얼굴을 갖고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가면을 쓰지 말라고 알려줬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미 육군 기지도 페이스북에 SF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가면은 금지라고 개시했다. 이 게시물 역시 기지 사령관인 제이슨 칸드리 대령이 출연했다.

미 육군 제1 기갑사단은 트위터에 모 기지인 포트 블리스의 사령관 스튜어트 제임스 대령이 얼굴을 갖고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가면을 쓰지 말라고 알려줬다. [포트 블리스 트위터 계정]

미 육군 제1 기갑사단은 트위터에 모 기지인 포트 블리스의 사령관 스튜어트 제임스 대령이 얼굴을 갖고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가면을 쓰지 말라고 알려줬다. [포트 블리스 트위터 계정]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미 육군 기지도 페이스북에 SF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가면은 금지라고 게시했다. [슈트트가르트 개리슨 페이스북 계정]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미 육군 기지도 페이스북에 SF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가면은 금지라고 게시했다. [슈트트가르트 개리슨 페이스북 계정]

미 국방부와 미군이 이처럼 열심인 이유가 있다.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인 밀리터리타임스가 1507명의 미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19%가 코로나19 때문에 전투준비 태세가 심각하게 약화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37%가 예전의 전투준비 태세로 돌아가려면 6개월 이상이, 5%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사태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18일 현재 루스벨트함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669명이 나왔다. 미 해군 지휘부가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는 함장을 자르면서 ‘장병의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난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와 미군은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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