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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명대사]'극한직업' 마 형사 진선규 귀에 꽂힌 "두렵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았을 때, 그것도 63빌딩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았던 순간에 배우 진선규(43)는 ‘내 인생의 명대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뭔가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너무 두렵고 떨렸다”던 순간이었지요.

“매일이 새롭다. (…) 두렵지 않아. 더 높이 올라, 더 멀리 날아올라. 할 수 있는 거만큼…”

지난해 5월 뮤지컬 ‘나빌레라’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덕출 할아버지를 맡아 그가 불렀던 노래 가사의 한 대목입니다.

2019년은 대학로의 ‘연기 장인’으로 꼽혔던 그가 ‘대중 스타’로 자리매김한 해였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의 마 형사로 천만배우 반열에 오르며 인지도를 한껏 높였을 때니까요.
그는 그 변화가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남들이 알아봐주고 좋아해주고 사진 찍자, 사인해달라 하는 상황이 싫을 리 있겠냐면서요. 후배들에게 밥과 술을 사줄 수 있게 된 건 더더욱 좋은 변화였지요.

하지만 이 때 그는 “초심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걸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이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원래 내가 행복해했고 재밌게 했던 게 뭐지”를 돌아봅니다.
“이 작품 잘돼야돼, 연기 잘해야돼, 그런 생각 없었어요. 그냥 극단 ‘간다’ 친구들과 작업하며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해하다 보니 좋은 작품이 나왔고 관객들도 좋게 봐주신 거였는데…”

그는 ‘나빌레라’의 덕출 할아버지가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초심을 다시 읽어냈습니다. 선수가 될 수 없고 프로가 될 수 없겠지만 그저 한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할아버지를 연기하며 그 역시  “우리나라 최고? 그런 게 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때까지 해보자”란 마음을 먹게 된 것입니다.

그의 꿈인 ‘좋은 배우’까지 가는 길도 그는 알고 있습니다.
“뭐가 ‘좋은 배우’인지 모르지만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그 과정을 밟다보면 어느 순간에 가 있을 거고……”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영상=공성룡·여운하

내 인생의 명대사

배우들이 직접 꼽은 자신의 명대사입니다. 작품의 울타리를 넘어 배우와 관객에게 울림이 컸던 인생의 명대사를 배우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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