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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억 쓰고 욕 먹은 日마스크···후생성 "끊어지면 묶어써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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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 일본 총리가 착용한 정부 배포 마스크. AP 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 일본 총리가 착용한 정부 배포 마스크. AP 연합

일본 국민 70%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용으로 지급하는 천 마스크, 이른바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보건당국이 품질 논란을 일축했다. 어른이 쓰기에도 충분하고, 줄이 끊어지면 묶어서 다시 쓰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 NHK가 17일 후생노동성 홈페이지를 인용한 질의응답을 보면 “천 마스크의 사이즈가 작다고 생각하는데 어른용인가”라는 질문에 “이번에 배포하는 천 마스크는 세로 9.5㎝, 가로 13.5㎝ 시판 어른용으로 입과 코를 덮을 만한 크기라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가구별 배포에 앞서 전국 의료기관과 장애인·노인복지시설에 우선 배포한 천 마스크 약 1300만장 가운데 일부 베트남제 제품의 경우 “귀걸이 끈이 신축성이 없는 소재로 만들어져 성인 남성은 착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마스크 사이즈가 작다’는 NHK 기자의 지적에도 후생노동성은 “이미 배포가 시작됐고, 앞으로도 현재 같은 마스크를 배포할 예정이다. 사이즈를 바꿀지는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고 NHK는 전했다.

또 “어떤 상태까지 사용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선 “모양이 망가지면 사용을 중단하라”며 “귀를 연결하는 고무줄이 끊어지면 테이프 끈 등으로 묶어서 쓰면 된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 의료기관 및 복지시설에 우선 배포한 베트남제 천 마스크. (다마키 유이치로 일본 국민민주당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뉴스1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 의료기관 및 복지시설에 우선 배포한 베트남제 천 마스크. (다마키 유이치로 일본 국민민주당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뉴스1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보도된 직후부터 일본에선 천 마스크의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현지 언론도 “이번 조사에서 정부 지급 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도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에선 “크기도 작고 한 번 빨면 너덜너덜해져 재사용할 수 없다”는 마스크 체험담이 확산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 천 마스크를 사용한 뒤 소독하기 위해 찜통에 넣고 15분 간 가열했더니 녹아내렸다”며 이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선 천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쓰기 위해 소형 재봉틀을 구매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처럼 불만이 커지자 아베 총리는 공식 석상에 천 마스크를 쓰고 나오고 있는데, 입과 코만 겨우 가려지는 작은 마스크에 우스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주 수도 도쿄도를 시작으로 전국 약 5850만가구에 약 1억3000만장의 천 마스크를 배포할 계획이다. 소요 경비는 총 466억엔(약 5307억원) 정도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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