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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지친 소년원 아이들에게 찾아 온 '햄버거 선생님'

중앙일보

입력

양재연 이강에류 대표 [사진 이강에류]

양재연 이강에류 대표 [사진 이강에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달라진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소년원 아이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 생존기]

가장 먼저 코로나19 대응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소년원 아이들은 감염 방지를 위해 외부인과의 접촉이 전면 차단됐다. 가족 면회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의 멘토링 방문도 모두 금지됐다. 소년원 아이들이 그나마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외부 체험 학습도 줄줄이 취소됐다. 법무부는 아이들의 격리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화상 면회와 전화 통화 횟수를 늘리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지수 법무부 소년보호과 사무관은 "소년원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7교시 수업 내내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고, 식사를 할 때도 친구들과 떨어져야 한다"며 "가족들도 만날 수 없어 더욱 답답함을 호소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버틸 수 있는 건 아이들을 잊지 않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어서다. 대학입시 전문 학원 이강에류의 양재연(39)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달부터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안양소년원(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 18회, 총 2140인분의 햄버거 세트를 지원해주고 있다. 17일 양 대표에게 소년원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물었다.

소년원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지인들이 진행했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곳에서 한 지인이 어릴 적 실수로 교도소를 다녀온 경험을 털어놨다. 그 분은 지금 성공해서 잘 살고 있다. 소년원 아이들이 생각났다. 한 번 실수한 아이들을 사회가 외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소년원에 지원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2018년부터 소년원 아이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주 2회 교육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햄버거 지원은 왜
올해 검정고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소년원 아이들과 외부인의 접촉이 전면 금지되면서 수업을 못 하게 됐다. 원래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간식으로 햄버거나 치킨 등을 지원했는데, 수업을 못 해주니 간식을 더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여러 가지 간식을 제공해봤는데 아이들이 햄버거를 가장 좋아했다. 답답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맛있는 음식으로 힘을 냈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학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지원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 했던 지원은 계속할 것이다. 지인들과 봉사 재단도 설립해 더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해볼 생각이다. 또 소년원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퇴원 후 학원에 찾아오면 교육 지원은 물론, 학원 콜센터 등 취업 자리도 마련해줄 수 있다. 뜻을 함께하는 지인 중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아 원하는 분야의 지원도 해줄 생각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2년 동안 소년원을 지원하면서 알게된 점은 아이들이 퇴원 후 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아이들을 사회가 부정적인 눈으로만 바라보게 되면, 아이들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본인의 직업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아이들도 현재 면회가 제한돼 있어 매우 힘들 텐데 개인 관리를 철저하게 해 전부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의 한 위탁소년이 지난달 30일 가족들과 화상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의 한 위탁소년이 지난달 30일 가족들과 화상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전국 소년원에 8000만원 상당 지원 이어져 

소년원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은 더 있다. 제주시 자원봉사자센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접 마스크 500개를 만들어 제주소년원(한길정보통신학교)에 지원했다. 소년원 자원봉사단도 전국 소년원에 마스크 6000여매와 간식 등을 지원했다. 코로나19 이후 전국 소년원에 총 104회, 약 8000만원 상당의 지원이 이뤄졌다.

서울소년원의 한 학생은 법무부를 통해 “가족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많은 분이 맛있는 간식과 위생용품을 지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며 “저도 다음에 꼭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전해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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