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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는 '홈트' 효과없다면…AI코치의 '개인 레슨'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바일 기기로 비대면 원격 수업을 하는 서비스인 피트라이브. [와이즈웰니스]

모바일 기기로 비대면 원격 수업을 하는 서비스인 피트라이브. [와이즈웰니스]

직장인 주희연(28)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최근 피트니스 원격수업 서비스 ‘피트라이브’를 시작했다. 영상을 보며 스스로 운동해야하는 ‘홈트(홈트레이닝·집에서 하는 운동)강좌’와 달리 전문 강사에게 1대1로 운동법을 배울 수 있어서다. 주 씨는 “집에서 30분간 영상통화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헬스장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주 씨처럼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홈트족(族)’이 늘고 있다. 기존에도 유튜브를 보고 집에서 따라 하는 ‘홈트강좌’가 인기였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동기부여가 어렵다 보니 이용자의 강한 의지 없이는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여서다. 또 잘못된 운동법을 배울 가능성, 부상 위험이 있어 초심자에게 진입장벽이 높았다.

최근에는 이런 ‘보고 따라하기’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통’ 기능을 강화한 홈트 서비스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기술을 활용해 기존 홈트강좌의 한계를 넘는 서비스를 스타트업들이 선보이면서 이용자 호응도 커지고 있다. 피트라이브를 서비스 중인 김민철 와이즈웰니스 대표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한 지난달부터 매출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며 “비대면 수업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코로나19 이후부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홈핏은 전문강사와 회원을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다. [홈핏]

홈핏은 전문강사와 회원을 연결해주는 O2O 서비스다. [홈핏]

1대1 서비스에 특화된 홈트 스타트업

국내 홈트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 서비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피트라이브처럼 전문 강사의 1대1 서비스가 주요 포인트다. 피트라이브는 실시간 원격수업이 강점이다. 줌이나 라인웍스 같은 기존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다. 김민철 대표는 "원격수업으로 강사와 회원간 소통이 가능하다"며 "50~60대 아저씨들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다"고 말했다.

'홈핏'은 620명의 전문 코치가 이용자가 선택한 수업시간에 직접 집에 와서 가르쳐 주는 서비스다. 2015년 홈핏을 창업한 엄선진 대표는 "헬스장에 다녀보고 홈트 강좌를 보며 따라 해보기도 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많았다"며  "트레이너인 친구에게 운동법을 배웠는데 효과를 봐 전문 코치와 회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홈핏은 검증된 코치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차별화 포인트다. 3년 이상 경력과 3개 이상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코치를 뽑는다. 엄 대표는 “매출, 회원 수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최근 1.5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AI가 정확한 운동 자세를 잡아준다  

 짐티의 박경훈 대표가 회원에게 운동기록과 신체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짐티]

짐티의 박경훈 대표가 회원에게 운동기록과 신체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짐티]

짐티는 2018년부터 오프라인 스튜디오 '티랩'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10평 내외 공간에서 개인 레슨을 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수도권 내 25개의 오프라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1700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했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됐고, 지난달에는 40억원 규모 투자(시리즈 A)를 받았다. 짐티가 지난달 선보인 피트니스앱 '875 스쿼드'는 그간 축적해온 오프라인 노하우를 온라인에 접목한 홈트 서비스다. 오프라인 트레이닝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이용자가 효과적인 자세로 운동하도록 가르쳐 준다. 말하자면 AI의 1대1 코칭 서비스인 셈이다.

 짐티가 개발한 피트니스앱 '875'. AI가 정확한 운동 자세를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짐티]

짐티가 개발한 피트니스앱 '875'. AI가 정확한 운동 자세를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짐티]

'피트니스계 넷플릭스' 펠로톤

사실 홈트레이닝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새로운 문화로 주목받았다. 1인 가구 확대와 디지털 기술 발달, 혼자가 더 편한 성향을 드러내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에서는 홈트족의 니즈를 제대로 파고든 회사는 펠로톤이다. 펠로톤은 실내 자전거와 러닝머신 등에 설치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시간 수업을 듣고 따라 하는 플랫폼이다. 구독료(12.99 ~ 39달러)를 내면 미국의 유명 트레이너 강좌를 구독할 수 있다. 기기를 구매해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할 수도 있고, 별도 스튜디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도 있다.

홈트 스타트업에서 매출 1조원 회사로 발돋움한 펠로톤. [펠로톤 홈페이지 캡쳐]

홈트 스타트업에서 매출 1조원 회사로 발돋움한 펠로톤. [펠로톤 홈페이지 캡쳐]

피트니스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이 회사의 2019년 매출은 9억1500만 달러(약 1조1100억원)다. 미국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진 지난달 13일 이후 주가는 81%(19.72→35.61달러) 뛰었다. 전망도 밝다. 미국시장조사업체 글로벌뷰리서치는 지난해 전 세계 피트니스앱 시장 규모가 2018년 24억 달러(약 3조원)에서 2026년 209억 달러(약 25조원)로 연평균 20%가 넘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홈트 스타트업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기존 대형 피트니스 클럽 등에서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짐티의 송재승 부사장은 "코로나19로 국내 홈트 시장이 커지겠지만, 운동 시설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홈트가 지속해서 성장하는 미국과 상황이 같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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