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04.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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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호 31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국내 1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4일 가맹점주에 내달 1일부터 기존 수수료 체계로 돌아간다고 공지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기존 월 8만8000원인 정액제(울트라콜) 중심의 수수료 체계를 매출액의 5.8%를 받는 정률제(오픈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 후 가맹점주 사이에서 ‘꼼수 인상’이란 반발이 거세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 인사까지 ‘독과점 플랫폼의 횡보’라며 비판에 가세하자 한발씩 물러났다. 지난 6일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새로운 수수료 정책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성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자 10일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준 대표가 결국 수수료 개편 백지화를 선언하고 머리를 숙였다.

배민 수수료 개편 백지화·사과에도
배달 앱 시장 독과점 우려 여전해

우아한형제들이 백기를 든 이유는 다양하다. 여론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평소 우군이던 유력 정치인들까지 ‘원점에서 재검토’ 의견을 전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6일 “기업결합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크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배달의민족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 앱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가맹점으로부터 정보를 정당하게 수집하는지, 수집·분석한 정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진 않는지 등을 현장조사 방법까지 동원해서라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국내 2, 3위 배달 앱인 요기요·배달통 등을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4조7000억원대의 매머드급 인수·합병(M&A) 계약을 하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로선 가슴 철렁할 대목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 논란 이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거래를 승인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딜리버리히어로가 사실상 100% 장악하게 된다. 그러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두 기업의 M&A 발표 후 “공정위의 결정이 혁신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혁신을 막기도 한다”며 “양면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시 공정위 측은 독과점 여부를 두고 시장점유율 못지 않게 경쟁 제한성도 따져봐야 한다며 배달 앱 시장에는 쿠팡 등 경쟁자가 진출할 공간이 있다고 봤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자료 보정 기간을 포함한 공정위의 심사 기간은 총 120일을 넘길 수 있다. 올 상반기 전후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로선 이런 중요한(?) 시점에, 그것도 총선을 앞둔 미묘한 때에 공정위의 심사 잣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를 자초했다.

물론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기업의 기본 목표는 이익 극대화다. 딜리버리히어로가 거액을 들여 배달의민족을 사들이려는 이유도 뻔하다. 투자 업계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 이후 기업가치를 따져 M&A 계약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독과점이 시장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수료 개편 백지화와 사과에도 독과점 우려가 여전하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혁신 기업이라도 독과점의 폐해까지 혁신할 수 있을까. 그런 측면에서 당장은 공공 배달 앱이 딜리버리히어로의 유력한 대항마로 보인다. 민간 기업에 대한 자율성 침해, 세금 낭비 논란도 크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선뜻 뛰어들 민간 기업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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