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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이달 중 곳간 동난다…유동성 위기 초읽기

중앙일보

입력

한국신용평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업계의 상환능력 악화를 고려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강등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한국신용평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업계의 상환능력 악화를 고려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강등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매출은 급감하는데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에 더해 이달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만 24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이달 내로 곳간이 마른다는 의미다.

17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달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이 이달 말 모두 소진된다. 항공기 리스 비용과 인건비 등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용 4000억~5000억원에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24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ABS는 항공사가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으로, 항공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대한항공은 2조원가량을 ABS로 조달해왔다.

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은 여객 매출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노선 운항이 코로나19로 중단돼서다. 나가는 돈은 거의 그대로인데 들어오는 돈이 말랐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국제선을 주간 900회가량 운행했다. 현재는 미국 LA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일부 노선과 파리, 런던 등 유럽 노선 등 주 50~55회 수준으로 줄었다. 대한항공의 지난달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7% 감소했다.

여기에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도 부담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등 차입금은 4조 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1조 2000억원은 6월이 만기다.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전 직원의 70% 이상이 6개월 동안 순환 휴직에 들어갔다. 또 임원진은 월 급여의 30~50%를 반납하고,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등의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당장 어려움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유휴자산 매각 등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채권시장 안정펀드나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같은 정부의 코로나19 안정화 방안이 있지만, 지원을 기다리다가 부도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다음 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가 항공업계 추가 지원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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