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충격으로 2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10년 전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했던 세계 2위 경제국이 전염병 확산에 맥없이 고꾸라졌다. 중국 경제가 무너질 경우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올해 한국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2년 통계 발표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 #전국 봉쇄령에 공장 일시 중단…경제 파장 #FT "중국 쓰러질 경우 한국에 타격 가장 커" #중국GDP 1% 당 한국GDP 0.35% 감소 예상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0조6504억 위안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6.8% 감소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분기별 경제 성장률을 공식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래 처음이다. 연간 기준으로 중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이 마지막이었다.
앞서 중국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과 언론 매체 상당수는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20명 중 18명이 1분기 중국 GDP가 3~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조사한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1분기 GDP가 지난해 1분기 대비 6.5% 감소할 것으로 봤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7일 낸 투자자용 보고서에서 중국 1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마이너스 9%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가 2019년(6.1%) 수준인 6% 내외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통제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 회복은 더 느려질 것이라고 봤다.
중국의 지표 발표 후에도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66%, 1.56%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3.15% 오른 1만9897.26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3.09% 오른 1914.53에 거래를 마쳤다. 대만과 인도 증시도 1~2% 상승 마감했다. 중국의 1분기 성적표가 '사상 첫 역성장'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소비·생산·투자 지표 모두 코로나19 충격에 휘청였다. 소비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소매판매는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9.0% 감소했다. 1분기 산업생산은 지난해 1분기 대비 8.4% 줄었다. 산업생산은 제조업·광업·유틸리티 부문의 생산량을 측정하는 지표다. 1분기 고정자산 투자는 8조4145억 위안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6.1% 감소했다.
1분기 전체 소비·생산·투자 지표는 1~2월 보다는 다소 나아진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1~2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 산업생산은 13.5%, 고정자산 투자는 24.5% 감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코로나 19 발병에도 1분기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한국 경제는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 외에도 중국 경제 둔화로 받게 될 직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홍콩을 제외하면 중국과 가장 인적교류가 많은 나라이며, 중국 수출의존도가 25%에 달한다”며 “먼저 중국의 산업생산이 위축되면서 한국의 중간재 수출 둔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금융그룹 ING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GDP가 1% 떨어질 경우 각국 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는데, 조사 대상인 24개국 중 1위는 한국으로 나타났다. 중국 GDP 1%당 한국 GDP는 0.35%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어림잡아도 한국 GDP가 2.38% 수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