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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갇혀버린 中, 하루 1000만명 '방구석 여행'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타오바오 라이브에서 티베트 라싸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포틸라 궁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타오바오

타오바오 라이브에서 티베트 라싸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포틸라 궁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타오바오

1000만명.
알리바바그룹 산하 전자 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가 최근 여행 콘텐트 서비스를 개시하자 하루에 몰린 인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여행을 못 가게 된 중국 소비자가 대거 접속했다. 매년 세계 여행에 나서는 중국인은 인구(약 14억명)의 약 5%(7000만명)다. 하루에만 이 수요의 7분의 1을 빨아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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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바오 라이브는 주로 중국 내의 여행지를 보여주는 ‘클라우드 여행’ 콘텐트로 다양한 관람 경험을 준다. 칭다오 삼림 야생동물원, 상하이 해창 아쿠아리움, 사천 성도 판다 사육기지, 중국 국가박물관, 간쑤성 박물관, 둔황박물관 등 1000여곳 중 골라볼 수 있다. 타오바오는 반응에 따라 여행 라이브 방송 콘텐트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이다. 방송에서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포탈라궁의 옥기, 자기, 용포 등 궁전의 상세한 부분까지 소개한다. 5G(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도입해 방송 품질도 좋은 편이다. 이 콘텐트만 첫날 100만명이 봤다. 지난해 포탈라궁 방문객 수를 훌쩍 넘는다.

동물원 소개 방송에서는 펭귄과 판다의 일상을 볼 수 있고, 박물관 코너에선 전문 해설사의 문화재 소개나 온라인 세미나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타오바오 라이브 관계자는 “중국에서 타오바오 라이브를 통한 ‘랜선 여행’은 이제 일상이 됐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인기가 높은 여행지에 랜선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방구석 여행, 어디갈래 챌린지도 

16일 오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어스캠(Earthcam)’ 채널엔 400여명이 접속해 대화 중이다. “늘 이랬으면 좋겠다”와 미국 대선 얘기가 많다. 같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를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아이러브유베니스’ 채널에도 세계 각지에서 70여명이 접속해 대화를 주고 받는다.

한국을 보여주는 채널로는 ‘남산서울타워’와 ‘에버랜드 라이브’ 채널 등이 있다. 16일 오후 기준 약 10~30명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 생활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한 마음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일하면서 어스캠을 자주 틀어놓는다는 회사원 A 씨는 “나가지도 못하고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어스캠 속 한산한 풍경을 보면서 조금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채널에 몰려 아쉬움을 달랜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라이브. 유튜브 캡처

세계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채널에 몰려 아쉬움을 달랜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라이브. 유튜브 캡처

국내에선 인스타그램 ‘어디갈래 챌린지’가 유행이다. 유명 여행지나 의외의 장소에 자신의 모습을 코믹하게 합성해 올리는 것이다. ‘에펠탑에서 피크닉을 하고 시간이 남아 모아이 석상을 보러 갔다’는 식의 허세 스토리를 만들어 여행하는 분위기를 낸다. 지난 14일 모델 한혜진 등이 동참하면서 유명해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과거 여행 사진을 다시 올리는 ‘방구석 여행’도 인기다. 모두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는 현재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려는 움직임이다.

과잉관광 반성으로 이어질까   

여행이 멈추면서 세계 항공ㆍ관광ㆍ숙박업계는 연쇄 도산 위기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선 4분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그 종사자는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 멈추면서 지구는 회복되고 있다”는 코로나19의 역설도 진행 중 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 등으로 심화한 과잉관광(overtourism)에 따른 문제가 바이러스 때문에 잠시 멈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선 지난달 13일 이후 관광객 입장이 금지됏다. 사진은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모습.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스페인에선 지난달 13일 이후 관광객 입장이 금지됏다. 사진은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모습.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지난달엔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지는 현상이 화제가 됐다. 평소 같으면 강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강물은 오가는 선박이 사라지면서 투명해졌다. 미세먼지가 심한 인도 북부 펀자브주에선 160㎞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는 등 세계 곳곳에서 대기질이 좋아졌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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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이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지속할 지가 관광업계의 관심사다. 이번처럼 세계가 동시에 여행을 멈춘 전례는 없어 단언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이후 각국이 내놓은 관광·항공산업 부양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변정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관광에 기대고 있는 국가 입장에선 손 놓고 있으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더디겠지만, 여행 문화가 단기간에 바뀔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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