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 없다? 중간선거는 與무덤? 선거 통념 깨진 4·15 총선

중앙일보

입력 2020.04.17 05:00

업데이트 2020.04.17 06:21

“정치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21대 총선이 범여권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리자 한 정치학 교수가 내뱉은 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을 기록한 게 이번이 처음인 데다, 대통령 집권 중반기에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여당이 심판론을 극복하고 압승을 거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알던 선거의 통념이 깨졌다”고 입을 모았다.

①민주당의 전국 선거 4연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국회 180석을 확보해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민주당은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얻어 ‘진박 공천’ 등 잡음을 겪은 통합당 전신 새누리당을 한석 차로 따돌리며 연승의 서막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치러진 2017년 5월 19대 대선에선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전체 광역단체 17곳 가운데 14곳을 쓸어담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번 21대 총선까지 이어진 전국 선거 4연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유권자의 진영 구도가 완전히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 코로나19 위기가 없었어도 민주당이 고전은 좀 했겠지만 승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②이례적 ‘야당 심판’…집권당이 이긴 중간선거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중반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초 이번 총선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치권에선 경기 침체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위 의혹 등 여권 관련 검찰 이슈가 부각되며 민주당이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이 아닌 ‘야권 심판’을 선택했다. 제1야당인 통합당은 지역구 84곳을 포함해 총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3당 지위를 갖게 된 정의당은 6석, 4당인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로만 각각 3석을 배분받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선 당초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 1당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 차인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전체 16곳 광역단체장 가운데 7석을 얻어 6석에 그친 한나라당을 눌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총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 정부의 실책이 감춰진 대신 정부의 감염병 대처 능력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중간선거는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지는데, 이번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와 대립이 아닌 합의하는 모습을 쟁점으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③안 통한 ‘김종인 매직’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은 선거 도중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지만,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에 영입됐을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4년 뒤엔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2016년 20대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단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른바 ‘김종인 매직’이 통하지 않았다.

통합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을 너무 늦게 모셔왔다”는 한탄과 함께 “이미 정치적 유통기한이 다한 분”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총선이 2022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인 만큼 김 위원장이 향후 보수 진영 재건 움직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정‧김홍범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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