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 국회에서도 ‘우생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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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임오경(左), 이용(右)

임오경(左), 이용(右)

한국 여자 핸드볼의 ‘영원한 캡틴’ 임오경(49) 전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이 국회의원으로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지역구(경기 광명시 갑) 대변자 겸 스포츠인 출신 정치인으로 또 한 번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여자핸드볼 스타출신 광명갑 당선
지역구 전략 공천 수용한 승부사
국회에 스포츠맨십 전하는 게 꿈
봅슬레이 감독 출신 이용도 당선

임 당선인은 15일 진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득표율 47.6%(4만3019표)로, 미래통합당 양주상 후보(36.9%)를 제쳤다. 16일 임 당선인은 “선수 시절 흘린 땀방울이 금메달이 됐듯이, 국회에 들어간 후에도 땀 흘리며 뛰어 성과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 ‘우생순’의 실제 주인공이다. 결혼과 출산을 거쳐 8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출전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럽의 텃세와 편파 판정을 딛고 여러 후배와 은메달을 목에 걸며 감동을 안겼고, 그 사연이 영화화됐다.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다. 전북 정읍여고 2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은퇴한 뒤 2008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지휘봉을 잡아 국내 구기 종목 사상 사령탑에 오른 첫 번째 여성 지도자가 됐다.

임 당선인은 1월 더불어민주당의 15번째 인재로 영입돼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 신인이면서도 당의 전략 공천 제의를 과감하게 받아들여 지역구를 선택했고,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10년 전 다른 당에서 공천 제의가 왔을 때는 단칼에 거절했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스포츠가 정치인 비리 한가운데 휘말려 신음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체육계 권위는 체육인 스스로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정치 입문 배경을 설명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덴마크와 결승전에서 점프슛을 시도하는 임오경(왼쪽).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진 당시 활약으로 ‘영원한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앙포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덴마크와 결승전에서 점프슛을 시도하는 임오경(왼쪽).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진 당시 활약으로 ‘영원한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앙포토]

바람이자 계획은 스포츠맨십을 국회에 이식하는 것이다. 임 당선인은 “앞선 20대 국회는 ‘동물 국회’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국민 목소리에 무관심했다. 스포츠인답게 발로 뛰며 스포츠맨십을 전하고, 현장 이야기를 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 직전에 놓인 체육계를 어루만지는 일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대한체육회는 14일 국회와 정부를 향해 행정·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체육인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충실히 협조한 스포츠 단체 및 시설이 오랜 기간 개점휴업으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임 당선자는 “스포츠계의 힘든 분들 손 잡아주는 사람이 되겠다. 또 OECD 최하위권인 우리 학생들 체육수업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체육인 출신으로 이번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물로는 임 당선자 외에 농구선수 출신으로 4선에 성공한 김영주(65) 더불어민주당 의원(영등포갑),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용(42) 전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있다. 이력과 정치 입문 과정은 달라도 ‘체육인 권리 찾기’에 함께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 당선인은 “체육인인 내가 정치에 도전한 건 체육인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평창올림픽 이후 썰매 종목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현실을 보며 ‘내가 뭔가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스포츠인과 여러 후배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겠다’고 기대해 정치 무대를 노크했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관련 직업은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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