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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쓴 세풀베다 코로나19로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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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돼 70세 나이로 사망한 루이스 세풀베다. 2009년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돼 70세 나이로 사망한 루이스 세풀베다. 2009년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쓴 칠레 출신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스페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향년 70세.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풀베다의 저서들을 출간해온 바르셀로나의 투스케 출판사는 세풀베다가 스페인 북부 오비에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16일(현지시각) 밝혔다. 스페인에 거주하는 세풀베다는 지난 2월 말 포르투갈에서 열린 도서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뒤 2월 25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3월 10일까지 지역 신문들은 그가 위독한 상태라고 보도했지만, 그 이후 가족들의 요청으로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풀베다가 20년 동안 살아온 아스투리아스 지역 대표 바르본은 그의 트위터에 "보건당국 관계자들과 의료인들은 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했지만 그는 병을 극복하지 못했다. 아내와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썼다.

세풀베다는 칠레 출신으로 스페인에 정착해 작품활동을 해왔다. 스페인어권에서는 대중적 인기와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는 일급 작가로 꼽힌다.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1989년 피살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장편소설이다.

[사진 열린책들]

[사진 열린책들]

아마존 부근에 사는 연애 소설을 읽기 좋아하던 한 노인이 침략자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자연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 총을 들고 숲으로 떠나는 과정을 추리소설 기법으로 그려냈다. 소설은 생태계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런 주제가 얼마든지 문학 작품으로 쓰일 수 있고, 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49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북쪽 오발레에서 태어난 세풀베다는 젊을 때 일찍이 정치 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칠레의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활동했다. 1973년 미국이 지원하는 군사 쿠데타가 칠레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후 피노체트 정권에 의해 투옥되고 고문을 당했으나 국제사면위원회의 개입으로 2년 반 만에 풀려났다.

1977년에 망명해 유럽에 정착하기 전 폭넓은 지역을 여행하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에 능통해졌다. 첫 소설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 밖에도 소설과 동화 등 2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의 작품은 우아하면서도 유머가 있고, 라틴 아메리카의 평범한 삶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비롯해『핫라인』『우리였던 그림자』,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지구 끝의 사람들』등 많은 작품이 번역 출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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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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