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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땡땡이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 "코로나19 이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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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쿠사마 야요이의 무습. [사진 David Zwirner Gallery]

2015년 쿠사마 야요이의 무습. [사진 David Zwirner Gallery]

10살 무렵에 물방울무늬와 그물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나이 만 91세. 여전히 무한 반복하는 '땡땡이' 무늬로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 패션, 퍼포먼스 등을 넘나들며 작업해온 그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박과 환영 등 자신의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양식을 구축해온  쿠사마 야요이 얘기다.

"끔찍한 괴물과 싸워야 하는 때 #오래 기다려온 우주의 빛 비치길 #이미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감사"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야요이가 세계인에게 바치는 시를 썼다고 그의 속해 있는 갤러리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와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시의 형식으로 쓰인 이 글에서 야요이는 작금의 상황을 가리켜 "우리의 불행과 맞서 싸우고 극복해야 하며" "끔찍한 괴물과 싸워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야요이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반짝거려도, 나는 희망을 통해 빛나기를 우리의 길을 비추기를 기도한다/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거대한 우주의 빛/ 이제 우리는 세상의 어두운 면에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됐으니/신들은 우리가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희망을 더욱 굳건하게 하기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또 각자의 이야기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해/그리고 우리 영혼을 위해 사랑의 찬송가를 찾아야 할 때"라며 "이 역사적인 위협 속에서, 잠깐 번득인 빛이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이 찬란한 미래의 노래를 즐겁게 부르자"고 썼다. 또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의 깊은 사랑과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때, 평화를 가져와야 할 때"라며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코로나19에게 나는 이 지구에서 사라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To COVID-19 that stands in our way/I say Disappear from this earth//We shall fight/We shall fight this terrible monster/Now is the time for people all over the world to stand up/My deep gratitude goes to all those who are already fighting./Revolutionist of the world by the Art/From Yayoi Kusama"(쿠사마 야요이의 메시지 중에서) 

쿠사마 야요이, PRAYING FOR WORLD PEACE IN THE SUNLIGHT, 2016.[사진 Victoria Miro Gallery]

쿠사마 야요이, PRAYING FOR WORLD PEACE IN THE SUNLIGHT, 2016.[사진 Victoria Miro Gallery]

쿠사마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2014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그의 60년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열린 바 있다.

땡땡이와 그물, 그리고 불안신경증  

끝없이 반복되는 땡땡이와 그물 등 작품에 등장하는 패턴은 그가 앓고 있는 불안신경증, 강박과 편집증과도 관계가 있다.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곤혹스러운 병이 원인"이라며 "똑같은 영상이 자꾸 밀려오는 공포"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작품 창작이 자신에게 강박과 환각을 치유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일본 나가노에서 태어난 야요이는 교토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1957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에서 활동했다. 이후 정신질환이 심해져 73년 일본으로 돌아온 뒤 48세부터 현재까지 정신병원 앞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 초대 일본 대표로 참여해 특유의 검정 땡땡이 무늬의 노란 호박을 설치미술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004년 개인전 52만명 관람

1994년부터 야외 조형물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현재 그의 노란 호박 조각은 나오시마 섬에도 호박 조각이 설치돼 있다. 이어 그물망 회화와 호박 연작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LA카운티미술관을 비롯해  뉴욕 휘트니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고, 2004년 도쿄 머리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선 총 52만명의 관람객의 끌어모아 화제를 모았다. 2017년 도쿄 신주쿠에 5층 규모의 '쿠사마 야요이 미술관'을 열었다.

지난해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 [AP=연합뉴스]

지난해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 [AP=연합뉴스]

현재 미국 뉴욕의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등 쟁쟁한 화랑이 그를 전속작가로 두고 작품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미술전문 매체인 아트&옥션 등은 쿠사마 야요이를 ‘최근 10년간 가장 작품값이 많이 오른 여성작가’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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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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