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배민과 카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한애란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앤츠랩 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이 신용카드는 결제금액의 2%를 포인트로 쌓아줘. 카드사는 뭐가 남지?”

‘남 걱정’이 많은 친정어머니가 이제 대기업 계열 카드사까지 걱정하신다. 카드 포인트를 쌓아서 상품권으로 바꾸니 쏠쏠한데, 카드사가 밑지는 장사는 아닌지 궁금해하셨다. 금융 담당 기자로서 답을 해드렸다.

“남는 거 없어요. 대신 그렇게 유치한 새 고객들에게 카드론 팔아서 메우는 거죠.”

카드업계를 소비자가 걱정하게 될 줄이야. 세상 참 많이 변했다. 2010년대 초반,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자영업자 성토 대상 1순위였다. 당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업종별로 1.5~4% 수준. 카드 결제 비중이 급속히 커지자 ‘카드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게 없다’며 사장님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치권도 카드사가 폭리를 취한다며 공격에 앞장섰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나섰다. 2012년 원가에 연동해 카드 수수료율을 매기도록 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금융위원회가 정하게 했다. 현재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 정부가 시장 가격을 정해주는 특이한 사례다.

카드사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배달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의 요금체계 개편이 좌절된 것이 꼭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닮아서다. 음식점 사장님 입에서 “배달 수수료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성토가 나온 것이 그렇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가세해 열을 올린 것도 비슷하다.

하긴, 상황이 닮았다. 결제시장에서 카드 점유율이 빠르게 올랐던 것처럼 배달시장에서 배달앱이 영토를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결제할 때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내미는 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음식 주문할 때 배달앱에 접속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됐다.

시장을 지배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고 나면 기업은 마냥 돈 벌기 편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수준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요구에 맞추려면 기업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수익 하락을 감수하든지, 새로운 먹거리를 찾든지. 카드사들이 오토론·중금리대출 같은 새 우물을 열심히 파고 있는 이유다. 배달의민족은 이제라도 카드업계를 연구할 때다.

한애란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