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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데 골프·등산 갈까” 코로나에 아웃도어 뜻밖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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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 고객이 지난 9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등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 대형마트의 매출 분석에 따르면 혼자 즐길 수 있는 등산용품 등 스포츠용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한 고객이 지난 9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등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 대형마트의 매출 분석에 따르면 혼자 즐길 수 있는 등산용품 등 스포츠용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직장인 김진수(38)씨는 최근 골프웨어와 골프용품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저녁 자리나 외부 미팅은 확 줄었지만, 야외 운동인 골프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답답함도 달래고 운동도 할 수 있어 가끔 마음 맞는 친구들과 골프장을 찾는다”고 했다.

야외 운동이라 코로나 영향 덜해 #골프웨어 매출 최근 20~30% 증가 #체육센터 닫자 젊은층도 산 찾아 #등산화 판매 보름새 54%나 늘어

#서울에 사는 최민호(45)씨는 매주 등산을 간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해소하는데 등산만큼 좋은 게 없다”면서 “다니던 스포츠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운동을 못 하다 보니 자연히 산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주말이면 서울 인근 유명한 산은 등산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며 “젊은 등산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게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골프와 등산 등 아웃도어 웨어의 매출 회복세는 눈에 띈다. 골프나 등산과 같은 야외 운동의 경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관련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등산, 스포츠 브랜드 등 레저 관련 전체 상품군의 최근 일주일(6일~12일) 판매량은 전주 대비 3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골프웨어와 관련 용품 판매량도 전주 대비 5% 신장했다.

지난달 1일 오전 전남의 한 골프장 주차장. 골프를 치러 온 시민들의 차량으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전 전남의 한 골프장 주차장. 골프를 치러 온 시민들의 차량으로 가득하다. [연합뉴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난해보다 전체적인 매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날씨가 풀린 최근 일주일 사이 아웃도어와 레저 브랜드 상품군의 판매가 살아나고 있다”며 “패션 부문에서는 골프웨어의 매출 회복세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의 한세엠케이가 운영하는 골프의류 브랜드 ‘PGA TOUR & LPGA 골프웨어’의 이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었다. 한세엠케이측은 “조직개편에 따른 영업 인력 정비와 품질 개선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지만, 업계에선 골프장 호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패션그룹 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인 까스텔바작도 지난달 셋째 주부터 매주 매출이 20% 성장하면서 이달 매출이 전년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이 브랜드의 경우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초부터 온라인 중심의 유통 채널을 강화한 것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비대면(언택트) 소비 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등산 인구가 늘면서 아웃도어 및 등산 관련 용품 판매도 호조를 보인다.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1월부터 3월 18일까지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7% 늘었다. 50·60세대에 더해 도심에서 실내 스포츠를 즐기던 20·30세대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스포츠센터 등이 휴관하면서 산을 찾고 있다.

관련 상품 매출도 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2주 동안 등산화 판매는 직전 2주 대비 54.1% 증가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정점을 찍었던 등산복 시장이 정체기에 빠지면서 관련 업계는 수상 레저나 기능성 의류 등으로 외도를 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시 기본인 ‘산’으로 돌아가자는 흐름이 강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에 따라 등산뿐만 아니라 단순 야외 활동에서도 신을 수 있는 기능성 신발과 등산 의류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 52시간제 시행 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으로 열풍이 불었던 애슬레저(운동경기+여가) 브랜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홈 트레이닝 족이 늘면서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레깅스·트레이닝 브랜드 안다르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안다르의 애슬레저 제품 판매량은 전월 대비 35% 넘게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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