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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경제적 혼란 2분기에 집중될 것” 더 큰 충격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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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동 공급이 줄고 사업장 폐쇄가 공급망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산업 활동, 소매업, 고정자산 투자도 급락했다.”

코로나로 경제 역성장 기정사실화 #내수·수출·고용 ‘퍼펙트 스톰’ 위기 #“경제의 시간이 멈춰 있는 상황 #피해 가계·기업 대규모 지원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이는 세계 경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서다.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경제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얘긴데, 한국 경제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내수가 사실상 멈춰선 가운데 수출에서도 코로나19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용 대란 조짐도 보인다. 엎친 데 덮친 ‘퍼펙트 스톰’ 위기다. 지난해 나랏돈을 퍼부어 2% 성장을 간신히 지켰던 한국 경제의 반등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오히려 경제 후진의 최소화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여러 기관이 올해 한국의 역성장을 기정사실화했다. 노무라증권(-6.7%)에 이어 캐피털이코노믹스(-3%), 모건스탠리(-1%)도 냉정한 예측을 내놓았다. 이날 IMF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1.2%)은 이런 예상에 대한 확인 도장인 셈이다. IMF는 추가 하향 조정 여지도 남겼다. IMF는 “이번 전망은 올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사라진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며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성장률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매출 1년 전보다 31%나 줄어

세계 주요국 2020년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계 주요국 2020년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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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가 가장 먼저 나타난 소비는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 2월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30.6%나 줄었다. 할인점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19.6% 감소했다. 전체 소매 판매는 6% 줄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내수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IMF 2020년 한국 성장률 하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IMF 2020년 한국 성장률 하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요 공장도 줄줄이 멈춰섰다. 지난 2월 제조업 가동률은 전월보다 4.9%포인트 감소한 70.7%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뒤인 2009년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기아자동차가 다시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등 생산 정상화는 요원하다. 생산 및 소비 급감으로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실물·금융 복합 위기마저 우려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경제의 시간이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뚝 끊긴 상황”이라며 “자금 흐름이 끊어진 유동성 위기가 길어지면 금융 부문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고 짚었다.

IMF,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 -3%로 낮춰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요 지역별 수출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수출 피해도 가시화했다. 주요국의 경기 위축과 함께 세계 물류망이 마비되면서 이달 1~10일 열흘 동안 하루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감소했다. 곤두박질친 국제 유가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47.7% 줄었고, 보릿고개에 접어든 세계 자동차산업 영향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도 31.8% 감소했다.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도 1.5% 감소했다. 중국(-10.2%), 미국(-3.4%) 등 주요 국가 대부분으로 향하는 수출길이 좁아졌다. 수출 부진은 이제 시작이다. IMF는 이날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로 낮췄다. 미국 등 선진국 전체 성장률은 올해 -6.1%로 내다봤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한국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코로나19 이전의 공급망을 복구할 때까지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내수 동반 추락에 고용 대란도 가시화했다. 고용은 줄고, 실직은 늘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4.8%(3만1000명) 급증해 3월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 여파로 확 꺾인 소비자심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여파로 확 꺾인 소비자심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암울한 지표투성이인데 전망은 더 어둡다. IMF는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적 혼란이 올 2분기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4~6월과 그 이후에 이전보다 더 큰 충격이 찾아올 거란 얘기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정부의 경각심도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적으로는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되는 단계”라며 “전방위적으로 밀려오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한 각오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특단의 고용대책과 기업을 살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기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IMF는 각국에 대한 정책 제언으로 우선 “피해 가계·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의 선별적 재정·통화·금융 조치를 통해 경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사라진 후에는 신속한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긴급 지원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그간 늘어난 부채를 관리하면서 전반적 경기부양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재정정책 등을 통해 우선 급한 불을 끄되 ‘포스트 코로나19’를 겨냥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도 장기 침체 위험을 감지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사람이 모자란 제조업과 4차산업 등 신산업을 지원하는 전격적인 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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