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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결국 묻힌 북한의 ‘민족 최대의 명절’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태양절이라고 칭하며 ‘민족 최대의 명절’로 삼고 있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통상 4~5월 각종 체육(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과 문화ㆍ예술 행사를 치르며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이어왔다.

북한 매체들 '태양절' 띄우기 대신 "코로나 경계하라"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개최하려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했다.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개최하려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했다.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2년에 한 번씩 외국 문화예술단을 초청해 ‘4월의 봄 친선 예술 축전’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4월의 봄 친선예술 축전을 취소하고, 14일 현재 축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위기에 몰렸던 1990년대 후반에도 김일성ㆍ김정일 생일에는 선물을 나눠주거나 축하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의 경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일부터 14일까지 모두 8개의 기사를 싣고 분위기 고조에 앞장섰다. 재일본ㆍ재중국 조선인 축하단의 도착 소식과 예술소조원들의 종합공연 개최 소식 등이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통신은 ‘태양절을 맞는 수도의 거리들에 펼쳐진 꽃 풍경’이란 기사가 유일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매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 이후까지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곤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 확산 우려로 김정일 위원장 생일 때부터 각종 기념행사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각종 행사 때 대규모 군중들을 동원해 결속을 다져 왔는데,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아예 주민 동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 생일에 이어 김일성 생일 역시 조용히 지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최근 주민들의 식당 출입조차 막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치를 경우 주민 여론이 나빠질 수 있고, 열악한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상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확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도 이날 태양절 축하 관련 내용 대신 ‘긴장을 늦추지 말고 계속 (코로나 확산 차단에) 총력을 집중하자’는 기사를 싣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주문했다.

신문은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여 각성을 늦추는 현상으로, 이것은 인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역사업에서 절대로 묵인될 수 없다”며 “일부 일꾼(간부)들과 주민들 속에서는 전염병 예방 사업을 만성적으로 대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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