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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매일밤 꿈에 나타나" 짝사랑이 만든 쇼팽의 명곡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13)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일찍부터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연주자였다. 폴란드 태생의 쇼팽은 약관의 나이가 되던 1829년에 음악의 도시 빈에서 성공적으로 연주회를 마쳤다. 나이에 비한다면 일찍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천재 연주자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빈에서의 연주회를 마치고 바르샤바로 돌아온 쇼팽은 19살의 나이에 대규모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그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빈에서의 연주회가 그의 사기를 높이는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사진 Wikimedia Commons]

피아노의 시인 쇼팽. [사진 Wikimedia Commons]

쇼팽은 모두 2곡의 피아노협주곡을 남겼다. 그의 피아노 솜씨가 당대 최고의 경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협주곡이 2곡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이 2개의 협주곡들은 각각 19살과 20살 때에 만들어진 것들이고 쇼팽의 천재적인 재능이 드러난 걸작들이다. 그리고 그가 이루지 못한 청춘의 사랑을 담고 있다.

쇼팽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한 여인에게 사랑을 느꼈다. 이 사랑은 쇼팽의 짝사랑으로 끝이 났는데 쇼팽이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그의 음악 속으로 멋지게 녹아들었다. 바르샤바 시대의 절정을 장식하는 두 개의 협주곡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작곡가는 1829년 10월 3일자 편지에 친구인 티투스 보이체코프스키에게 이상형의 여인을 찾았다고 토로하면서 이렇게 썼다.

“매일 밤 그녀가 나타나는 꿈을 꿀 정도이지! 그러나 그녀를 처음 본 지 6개월이 지나도록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고 있다네! 협주곡 f단조의 느린 악장을 작곡하면서 그녀를 떠올리곤 한다네!”

이 편지 속 여인은 쇼팽에게 가까이 있는 여성이었다. 바로 같은 바르샤바 음악원의 여학생이었던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라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쇼팽의 몸가짐이나 눈표정이 상당히 점잖았던지 그 여성은 쇼팽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쇼팽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한 여인에게 사랑을 느꼈다. 이 사랑은 쇼팽의 짝사랑으로 끝이 났는데 쇼팽이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그의 음악 속으로 멋지게 녹아들었다. [사진 Pxhere]

쇼팽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한 여인에게 사랑을 느꼈다. 이 사랑은 쇼팽의 짝사랑으로 끝이 났는데 쇼팽이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그의 음악 속으로 멋지게 녹아들었다. [사진 Pxhere]

1830년 10월 11일에 바르샤바 국립극장에서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연주회가 펼쳐졌다. 이 연주회는 조국 폴란드를 떠나는 쇼팽의 고별 연주회였던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쇼팽은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협주곡을 직접 연주했다.

그런데 이날 공연에는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도 무대에 섰다고 한다. 그녀는 독창곡을 노래했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쇼팽의 마음을 애달프게 했다. 당시 쇼팽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지만 쇼팽은 이날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다. 천재 음악가 쇼팽은 고국의 현실을 뒤로하고 사랑의 미련을 남긴 채 폴란드를 떠나야 했다. 연주회 다음 날 쇼팽은 친구인 티투스 보이체코프스키에게 이렇게 썼다.

“글라드코프스카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장미꽃을 꽂고 있었는데 매우 잘 어울렸어! 그녀는 로시니의 카바티나를 멋지게 불렀고, 치에린스키는 그것만으로도 천금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지!”

쇼팽이 39세로 세상을 뜨고 난 후에 모리츠 카라소프스키라는 인물이 쇼팽의 전기를 써서 발간하였다. 콘스탄치아는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쇼팽이 자신을 짝사랑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쇼팽의 생전에 그의 협주곡과 콘스탄치아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사람은 친구였던 티투스 보이체코프스키 뿐이었다고 추정된다.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콘스탄치아에게 헌정되지 않았으며 후에 파리에서 친교를 맺은 델핀 포토카 백작 부인에게 헌정되었다. 피아노의 천재는 짝사랑의 감정을 바르샤바에 묻고 조국을 떠났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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