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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추천하는 ‘위로의 음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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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음 달 새 앨범을 내놓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크리스토프 쾨르틀린, DG]

다음 달 새 앨범을 내놓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크리스토프 쾨르틀린, DG]

“5년 만에 처음 이렇게 오래 쉬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이달 초 e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근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함께 온라인 무관중 콘서트를 열어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했다. “괴르네는 연주 활동을 30년 넘게 했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쉬고 있다고 했다. 나도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이후 처음으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 없이 라이브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나중에는 정말 콘서트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느꼈다.”

그의 새 음반이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다음 달 8일 나온다.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중심으로 리스트 b단조 소나타, 베르크 소나타를 녹음했고 2016~2018년 쇼팽ㆍ드뷔시ㆍ모차르트 이후 네 번째 앨범이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면서도 그는 일부러 청중을 만들어 연주했다고 했다. “슈베르트 녹음을 마치고 관객 20~30명을 불러 연주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쳤다. 녹음을 다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들어보니 관객들 앞에서 친 그 연주가 가장 괜찮게 들렸다.” 리스트 소나타 녹음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녹음 프로듀서 2~3명에게 무대 앞에 앉아달라고 부탁하고 한 연주를 앨범에 넣었다. 30분짜리 긴 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했다.”

이처럼 청중을 앞에 놓고 실제 공연과 같은 상태에서 녹음한 결과에 더 만족해하는 그는 전형적인 무대형 연주자다. 그는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비킹구르 올라프손 같은 녹음형 아티스트가 있지만 나는 관객이 있는 게 더 편하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음악을 만들어서 콘서트 하듯 녹음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했다. 21016년 쇼팽 발라드 녹음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연주했지만 결국엔 마지막에 한 번에 이어서 연주한 것을 택했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 포함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은 조성진이 특별한 애착을 보이는 작품이다. 2018년부터 독주회 프로그램에 넣어왔고 지난해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도 연주했다. 조성진은 “방랑자 환상곡은 무조건 앨범에 넣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다른 곡들을 정했다”고 했다.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 선율을 2악장에 사용한 이 작품은 연주하기에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또 복잡하고 두터운 구조를 이해해 전달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품이다. 네 개 악장 안에 피아노의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많은 피아니스트의 필수 연주곡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 새 앨범을 내놓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크리스토프 쾨르틀린, DG]

다음 달 새 앨범을 내놓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크리스토프 쾨르틀린, DG]

조성진은 “이 곡을 녹음한 명반이 이미 많이 있지만 내가 생각한대로 자연스럽게 하는 게 가장 개성 있는 연주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하면 더 특별해질까라는 생각을 하면 부자연스러워진다”고 했다. 또 슈베르트의 ‘방랑’이란 키워드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도 소개했다. “슈베르트와 나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웃음) 항상 돌아다니는 게 직업이니까 호텔이 집 같기도 하다. 낭만주의 시대에 방랑은 굉장히 중요한 단어였다. 슈베르트도 여기저기서 살았고, 지금 이 시대 음악가들과도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6월 베를린, 10월 함부르크에서 녹음을 마친 조성진은 현재 코로나19로 베를린 집에 머물고 있다. “다른 때보다 요즘에 음악을 더 많이 듣게 됐다. 음악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그는 요즘같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며 “내 경우에는 피아노 음악을 오랜만에 많이 듣고 있다. 특정 곡이 아니라 연주자 위주로 듣는다. 에밀 길렐스와 예핌 브론프만이다. 특히 브론프만이 뉴욕필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했을 때 직접 보고 정말 좋았다”고 소개했다.

조성진의 새 앨범 '방랑자'. [사진 유니버설뮤직]

조성진의 새 앨범 '방랑자'. [사진 유니버설뮤직]

그는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7월엔 한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2년 만에 여는 전국 투어로, 서울 공연은 7월 7~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앨범에 들어간 리스트ㆍ베르크 소나타, 슈만 유모레스크 등이 서울 공연의 연주곡을 예고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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