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후의 보루' 4말5초 황금연휴도 사라졌다…여행·숙박업계 눈물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하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피해로 여행ㆍ숙박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달 여행 수요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이달 30일 석가탄신일에서 다음달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실적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외 여행이 사실상 금지된 데다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와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4월과 5월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99% 이상 감소했다. 특히 황금연휴 기간도 신규 예약 자체가 거의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란 의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여행의 경우 예약은 물론이거니와 취소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대부분의 고객이 여행을 취소한 데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항공편도 없으니, 여행사 입장에선 올해 황금연휴 성수기는 없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여행 판매가 60% 넘게 감소하는 등 해외여행 수요(항공권 판매량 20만건 별도)는 18만 7천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했다. 지난 2월 오전 인천공항 입국장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왼쪽) 한편 관광객들을 나르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할 관광버스들이 손님이 없어 서울 탄천 공영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돼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태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여행 판매가 60% 넘게 감소하는 등 해외여행 수요(항공권 판매량 20만건 별도)는 18만 7천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7% 감소했다. 지난 2월 오전 인천공항 입국장이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왼쪽) 한편 관광객들을 나르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할 관광버스들이 손님이 없어 서울 탄천 공영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돼 있다. 뉴스1

9월까지 공휴일 실종…여행업계 폐업 잇따라

올해 공휴일은 총 67일로 5년 만에 가장 적다. 휴일이 없는 달은 6개월에 달한다. 삼일절ㆍ현충일ㆍ광복절ㆍ개천절이 모두 주말과 겹쳐서다. 지난 설 연휴도 주말과 겹치면서 4일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여행 업계는 5월 황금연휴를 올해 실적 반등의 유일한 기회로 여겨왔다.

석가탄신일인 이달 30일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징검다리 휴일을 포함하면 최대 6일을 쉴 수 있다. 이번 연휴를 놓치면 오는 9월 추석 연휴까지 이렇다 할 공휴일도 없다.

황금연휴 여행 수요가 사라진 여행사의 상황은 처참하다. 대형 여행사는 주3일 근무제와 유급휴직ㆍ무급휴가와 같은 자구책을 마련해 마른 수건을 짜내고 있지만, 영세 여행사는 눈물의 폐업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여행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각 지자체 등에 폐업을 신고한 국내ㆍ외 일반 여행사는 192개로 늘었다.

코로나 19로 인한 여행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하나투어의 2월 해외여행 수요(4만 9000명)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4.8% 감소했다. 중국과 일본은 전년 대비 95% 이상 감소했고, 유럽ㆍ미주ㆍ남태평양 등 장거리 지역도 절반 이상 줄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조사한 주요 12개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기준 2월 말까지 예약 취소로 인한 손실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다. 지난달엔 해외여행 자체가 거의 없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코로나 19가 서서히 잡히는 분위기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더 악화하고 있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여름까지 이어지면 국내 여행업계는 전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호텔 객실과 일부 영업장의 임시 휴장 안내문이 놓여 있다.   그랜드 워커힐 측은 객실은 이날부터 4월 22일까지 휴장하지만, 식음료 매장은 정상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호텔 객실과 일부 영업장의 임시 휴장 안내문이 놓여 있다. 그랜드 워커힐 측은 객실은 이날부터 4월 22일까지 휴장하지만, 식음료 매장은 정상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월 호텔업계 손실 5800억원…특급 호텔 운영 중단 이어져

호텔 업계도 고객 감소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호텔업협회는 지난달 코로나 19에 따른 예약 급감으로 인한 피해가 5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특급 호텔도 흔들리고 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지난달 23일부터 객실 영업을 한 달 동안 중단했으며 파크 하얏트 서울도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그나마 영업 중인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도 평일 10%, 주말에도 15%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이 70%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점휴업 상태다.

호캉스 특수를 누렸다가 고전하는 도심 호텔과 달리 제주도의 숙박 시설은 조금씩 객실 예약률이 회복되는 추세다.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신혼여행이나 청정 지역을 찾는 여행객의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서울이 9일부터 객실 조명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관광업계와 국민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송출한다고 밝혔다.  매일 오후 8시께 '힘내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불이 켜진 호텔 창문을 통해 연출된다. 연합뉴스

롯데호텔서울이 9일부터 객실 조명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관광업계와 국민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송출한다고 밝혔다. 매일 오후 8시께 '힘내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불이 켜진 호텔 창문을 통해 연출된다. 연합뉴스

제주는 호텔 예약률 회복세

13일 롯데호텔에 따르면 황금연휴 기간 제주호텔 예약률은 70% 수준으로 올라섰다. 특히 이 호텔의 허니문 패키지의 예약률은 3월 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판매 예정이었던 허니문 패키지 기간을 오는 6월까지 연장했다. 제주신라호텔도 이달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예약이 전월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제주도가 소위 코로나 19 청정지역이란 인식과 황금연휴, 신혼여행 수요가 맞물리면서 예약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해외 하늘길이 막힌 항공사들이 제주 등 국내 노선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 중이라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