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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 vs 김혜수 50대 배우들의 완전 다른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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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JTBC)와 지난주 종방한 ‘하이에나’(SBS)의 특징은 걸출한 50대 여배우들이 주인공이란 점이다. 남편의 외도에 복수 의지를 불태우는 의사 ‘지선우’ 역의 김희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돈을 벌려 변호사가 된 ‘정금자’ 역의 김혜수다. 두 배우의 농익은 연기와 함께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이들의 패션. 고상하고 절제된 스타일의 완벽주의자인 지선우의 패션과, 쾌활함과 당당함이 무기인 정금자의 선 굵은 패션은 새로운 중년 여성의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부부의 세계’ 김, 우아한 페미닌 룩 #‘하이에나’ 김, 복고풍의 매니시 룩

김희애. [사진 JTBC]

김희애. [사진 JTBC]

“한국판 그레이스 켈리라고 할 만한 우아한 페미닌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인 박명선 대표(스타일링바비)가 김희애의 패션을 두고 한 말이다. 실크 블라우스 또는 니트 스웨터 상의에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오는 미디 길이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원피스에 트렌치코트  차림 등으로 클래시컬한 우아함을 자아낸다.

소재도 캐시미어·면 등 천연 소재 위주로, 색상도 무늬나 패턴이 거의 없이 짙은 초록·파랑 등 어두운 톤의 뉴트럴 컬러를 중심으로 흰색·검정·회색을 더한다.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색상 배합으로만 변주를 줬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멋의 비결이다.

파티장에서도 그는 베이지색 터틀넥 니트에 크림색 원피스를 입어 밝고 화사한 느낌과 함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액세서리 컨셉트도 마찬가지다. 진주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하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짙은 청록·갈색·검정색 토트백(핸들이 달린 가방)을 매치했다.

김혜수. [사진 SBS]

김혜수. [사진 SBS]

반면 김혜수는 바지 슈트 위주의 매니시 룩을 기본으로 화려한 색을 선택해 자유분방하고 ‘튀게’ 입었다. 기본 스타일은 셋업 슈트(상·하의를 세트로 만든 정장)다. 여기에 복고풍 요소들을 더해 기존 법조인 패션과는 다른, 자신만의 변호사 패션을 만들어 냈다.

일단 슈트 색상은 와인·빨강·파랑 선명한 색상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재킷 안 블라우스도 빨강·분홍 같은 튀는 색 위주다. 특히 커다란 칼라가 특징인 ‘디스코 칼라’를 재킷 위로 꺼내 입어 복고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줬다. 가끔은 지퍼 달린 트레이닝복 상의를 재킷 안에 입거나, 풍성한 소매가 달린 블라우스 위에 반소매 재킷을 입는 등 선입견을 깨는 스타일링도 연출했다.

이런 정금자 스타일은 최근 패션 트렌드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복고풍은 최근 몇 년간 세계 패션업계를 주도했고, 디스코 칼라 블라우스도 지난해 말부터 생로랑·빅토리아 베컴·파코라반 등 유명 해외 브랜드가 올 봄·여름 컬렉션으로 내놓은 패션이다.

액세서리 착용법도 눈에 띈다. 가방은 변호사답게 서류가방을 주로 들지만, 잠금장치를 죄다 풀어놓은 털털한 상태로 어깨에 걸쳐 맨다. 휴대폰 역시  긴 줄이 달린 케이스를 씌워 가방처럼 어깨에 메고 다닌다. 8년째 김혜수의 의상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이보람 이사(인트렌드)는 “이번 드라마에서 김혜수씨는 철저하게 자신을 지우고 ‘정금자’이고 싶어했다. 잠금장치를 열고 다니는 가방이나 핸드폰 줄은 거친 인생을 사는 하이에나처럼 주변에서 뭐라든 ‘가장 일하기 좋은 상태로 세팅된’ 정금자의 태도를 표현한 장치들”이라고 설명했다. 늘 똑같이 착용하는 금목걸이·금반지도 돈을 좋아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소품이었다고 한다.

박명선 스타일리스트는 김혜수의 정금자 패션에 대해선 “핫한 트렌드인 셋업 슈트를 중년의 배우가 시도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루즈핏 재킷과 복고풍 블라우스는 중년이 입으면 뚱뚱해 보이거나 옛날 옷을 꺼내 입은 것처럼 보이기 쉬운데, 잘 소화했다는 평가다. 그는 “슈트를 입을 땐 반드시 블라우스를 바지 안에 넣어 입어야 스타일이 산다”며 “굽 높은 구두를 신어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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