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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뺏기' 무한경쟁 판 만든다…금결원은 '공유 플랫폼' 변신 중

중앙일보

입력

“해외에서 ‘한국은 은행·핀테크를 아우르는 오픈뱅킹을 한다’고 말하면 다들 눈이 동그래집니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금융결제원은 데이터 경제 촉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다. 사진 금융결제원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금융결제원은 데이터 경제 촉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다. 사진 금융결제원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에 한국 금융 결제망의 수준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지난해 금융결제원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 계좌를 조회만이 아니라 이체까지 하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김 원장이 “2019년은 금융결제원이 가장 ‘핫’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인터뷰

그는 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금융결제원에 올해는 변화와 도전의 해다. 20년간 해온 청약 업무를 올 초 한국감정원으로 넘겼고,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서명법’이 통과되면 공인인증서가 사설 인증서와 대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김 원장은 “금융결제원이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시기”라며 “그동안 은행권과의 공동 사업을 해온 노하우를 발휘해 ‘금융 분야 공유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금융결제원은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사진 금융결제원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금융결제원은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사진 금융결제원

날로 정교화하는 보이스피싱 막기는 금융권의 숙제다. 금융결제원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금융사기 의심정보를 추출해 공유하는 서비스를 오는 5월 실시한다. 일종의 ‘금융사기 관련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으로서는 개별 은행별로 분석하는 데 따른 한계를 보완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은행권과 공동 자동화기기(ATM) 운영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김 원장은 “ATM이 과잉 투자된 지역, 또는 소외된 지역에 금융결제원이 공동 ATM을 설치·운영하기 위해 은행권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ATM으로 금융사가 ATM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 인출책의 예금인출 시도 시 금결원이 빠르고 정확하게 경찰청에 ATM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앱에서 여러 은행의 대출금리를 비교해보고,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도 금융결제원이 만든다. 지금은 신규대출은 금리를 한눈에 비교·신청까지 할 수 있지만,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은 불가능하다. A은행이 가진 기존 대출 정보에 B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은 직접 A은행에 가서 서류를 떼서 B은행에 제출해야 대환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은행 공동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해 이를 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에도 개방하겠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은행권은 다른 은행 대출을 빼앗아 오기 위한 그야말로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김 원장은 “금융결제원은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라고 강조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감독·코치로 머물지 않고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뜻이다. 금융시장 흐름을 바꿔 놓을 만한 특별한 선수가 등장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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