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주목 받는 韓, 기회 놓치지 마라" 미래학자의 조언

중앙일보

입력 2020.04.13 11:51

업데이트 2020.04.14 11:58

 미래학계의 대부, 하와이대 짐 데이터 명예교수. 1960년대부터 미래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최준호 기자

미래학계의 대부, 하와이대 짐 데이터 명예교수. 1960년대부터 미래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최준호 기자

 #1. 두렵고 지긋지긋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2020년 여름을 넘기진 못했다. 세계는 다시 여느 때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다른 주요국 지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비록 20만명에 가까운 인류가 사망했지만, 사람들은 죽은자보다 살아남아 다시 뛰는 사람과 기업들의 감동 스토리에 도취했다. 반년 이상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공장이 멈추고, 비행기와 자동차가 사라진 덕분일까. 유럽과 북미에 기록적인 살인 더위가 몰아쳤던 2019년과 같은 여름은 찾아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대재앙 예측은 과장된 거짓말로 결론 났다. 유일한 재앙이라면 지나친 검역과 봉쇄가 낳은 경제위기뿐이었다.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떠오른 한국은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경제성장을 재개하면서 지구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세계 미래학계 대부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
‘코로나 이후 사회’ 전망과 한국의 대응 주문
"미래는 예측 아닌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

#2. 인류가 ‘대위기’(The Great Emergency)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상자와 경제위기뿐 아니다. 위기와 혼란 속에 잠시 잊었던 2019년 여름, 그 기록적인 살인 무더위가 다시 찾아왔다. 뉴욕 등 세계 주요 해변 도시들이 침수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백억t,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이렇게 빨리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동토층이 드러나면서 수만 년 동안 갇혀있던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퍼져갔다. 세계 곳곳에서 ‘환경 난민’(environmental refugees)들이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레 닥친 대위기 앞에 ‘세계화(globalization)’는 옛말이 됐다. 미국ㆍ중국ㆍ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의 국수주의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세계 정치ㆍ경제는 이른바 새로운 암흑시대(New Global Dark Ages)로 접어들고 있다. ’

,

,

1번에서 희망을 읽었다가, 2번에서 절망했을지 모르겠다. 위 1.2번은 세계적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87) 하와이대 명예교수가 최근 보내온‘대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4가지 미래’(Four Futures of Korea and the US after the Great Emergency) 중 양극단을 보여준 시나리오 두 가지다. 나머지 두 가지에서는 ^생명공학ㆍ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위기 극복과 ^글로벌 통치기구가 등장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보다는 통제를 통해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절제된 세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위기’라고 정의했다.

 이탈리아 세리아테의 산 주세페 교회에서 한 사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사람들의 관을 모아두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AP 연합뉴스]

이탈리아 세리아테의 산 주세페 교회에서 한 사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사람들의 관을 모아두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1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사스ㆍ메르스는 물론 신종플루까지 진작에 넘어 1918년 스페인 독감을 넘볼 태세다. 인류의 삶도 어떻게든 크게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BC:Before Corona)과 후(AC:After Corona)로 규정지어질 것이란 말과 함께. 대개는 결국 위기 극복 뒤 장밋빛 예측이다. 디스토피아는 절망뿐인데, 예측해서 어디에 쓰느냐는 심리가 깔린 때문이다.

그 중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예측은 그나마 담담한 편이다. 그는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생산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키신저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거래와 화상회의ㆍ원격의료ㆍ온라인강의 등을 바탕으로 초연결사회가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또한 엄혹한 경제위기를 넘어선 뒤의 전망이다.

세상은 과연 어떻게 바뀔까. 세계 미래학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짐 데이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평소에도 “미래은 예측할 수 없다(Futures cannot be predicted.)”는 말로 수많은 사람의 ‘한 말씀 기대’를 무기력화시킨 학자다, 그가 말한 코로나 이후의 4가지 미래 역시 모두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요, 대안 제시를 위한 예측들일 뿐이다.

그가 이렇게 ‘공자님 말씀’을 하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그는 “한 가지 미래만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도박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지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해 내는 것이 당신의 의무다”라고 말한다. 사실 온라인 개학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해온 한국 교육부나, 마스크ㆍ인공호흡기가 부족해 수많은 환자가 죽어가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모습은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지 않은 때문이다.

데이터 교수는 지한파(知韓派) 미래학자다. 한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높게 평가한다.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

그는 코로나19로 바뀔 세상이 어떻게 펼쳐지더라도 한국이 해야 할 ‘3가지 도전’을 주문했다. 첫째는 이제 더이상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국가가 될 것. 둘째는 지금껏 한국을 발전시켜온 경제와 정치논리가 미래에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니, 21세기 한국에 어울리는 새로운 길을 찾는데 앞장설 것. 셋째는 더는 기존 동맹에만 의지하지 말고, 외교관계를 다극화할 것을 주문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마찬가지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