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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 “100세 인생, 5개 외국어 연마할 것…트로트도 도전”

중앙일보

입력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나들이한 개그우먼 조혜련. 중앙포토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나들이한 개그우먼 조혜련. 중앙포토

“라틴어 공부 시작한지 6개월쯤 됐어요. 40대에 공언하길, 쉰살까지 한국어 빼고 5개 국어를 마스터하고 싶다 했는데, 일본어‧중국어는 어느 정도 됐는데 영어는 하는 중이고 나머지 언어는 정하지도 못했네요, 꾸준히 하면 죽기 전에 5개 외국어 꿈 이룰 수 있겠죠.“

'태보해' 영상 500만 돌파 유튜브 강제소환 #운동·영어 등 '리얼 라이프'로 실시간 소통 #"공부가 천성… 새로운 분야 계속 넓힐 것"

자타공인 ‘에너지짱’ 개그우먼 조혜련의 도전의 한계는 어디일까. “공부를 할수록 모르는 게 많아서 해야 할 게 자꾸 는다”는 그는 요즘 신학 공부(박사과정 3학기)에 매진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 중이지만, 학교 다니듯 규칙적으로 자가 학습 중이다. “2년 안에 논문까지 쓰려면 늘어질 틈이 없어요. 일단 시작했으니 ‘포기는 없다’가 제 신조죠.”

“쉰살 조혜련도 하는데… 자극 되고 싶다” 

얼마 전 개인 유튜브 채널도 시작했다. ‘매일 운동한다’는 의미로 ‘매운 PT’라고 이름붙인 코너에선 태보‧복싱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홈트(홈트레이닝)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어 리스닝 공부와 다이어트 식단도 소개한다. “쉰살 조혜련의 ‘슬기로운 생활’을 리얼로 보여주는 게 목표”란다. 보는 이들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자극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다.

“2월 18일에 첫 영상 찍으면서 몸무게(62.6kg)를 공개했는데 한달만에 3.5kg 뺐어요. 실은 처음 다이어트 비디오를 찍었을 때도 비슷한 식이었어요. 당시 모델 이소라씨 비디오가 인기였는데, 나 같은 평범한 몸매도 할 수 있을까 도전한 게 히트했지요. 100세 시대에 저와 함께 운동하며 60대, 70대에도 건강하고 자신감 있게 살자는 제안입니다.”

나아가 파티시에(제과‧제빵사)와 도자기 만들기에도 도전했고 조만간 당구도 제대로 배워볼 거란다. 트로트 부르기는 이미 시작했다. “한번 하면 기본을 파 들어가는 천성” 때문에 두달 전 판소리 전문가로부터 목청부터 다졌다. “스스로 정한 미션곡이 김연자의 ‘진정인가요’ 였는데 꽤 흡족한 수준이 됐어요. 계속 연습하며 좋은 곡 받으면 트로트 음반도 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끼가 내 인생 자산 

2004년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 개그우먼 조혜련의 모습. 임현동 기자.

2004년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 개그우먼 조혜련의 모습. 임현동 기자.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는 에너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끼’ 같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도 77세 8월부터 성경을 읽기 시작해 79세가 된 올 3월까지 총 13번을 통독했을 정도다. “언어를 파고드는 성격은 엄마를 닮고, 연기 잘하고 리액션 큰 것은 아버지를 닮은 듯하다”고 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예인 기질이 풍부하셨는데 지병으로 뜻을 못 이뤘거든요. 제가 연예인이 된 후 TV‧라디오 프로를 일일이 비디오테이프로 떠서 닳도록 돌려보시곤 했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를 능력 없다고만 생각했던 게 이제 와서 죄스럽지요, 오죽했으면 돌아가시면서 마지막 말이 ‘미안하다’였는지….”

‘가진 게 없어’ 서러웠던 시절이 특유의 로켓 추진력을 가능케 했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2005년 이후 일본 방송에 진출해서 과욕을 부린 게 ‘한국 비하’ 논란으로 번졌던 것은 지금도 아쉽고 속상한 대목. 오해를 푸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많이 돌아섰고 요즘도 종종 ‘악플’이 달린다.

뮤지컬 '메노포즈'에 출연한 조혜련(가운데). [중앙포토]

뮤지컬 '메노포즈'에 출연한 조혜련(가운데). [중앙포토]

“어느 순간 인정하기로 했어요.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구나…’. 무플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해!’ 하는 것도 애정이라고 여기기로 했어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식대로 살다 보니 요즘은 많이 해소됐고 응원한단 얘기도 많아져서 감사하게 생각하죠.”

이혼과 재혼 등 가정사 속에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그는 어느날 유튜브 세상에 ‘강제소환’ 되면서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2003년에 찍었던 태보 다이어트 DVD에 어느 유튜버가 ‘샨테와 해적의 저주’라는 액션게임 OST를 합성해서 ‘조혜련과 태보의 저주’라는 일종의 패러디물을 만든 게 계기다. 동영상은 2018년 9월 첫선 이래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500만이 넘었고 각국 언어 자막이 200개 가까이 달릴 정도로 히트작이 됐다. 마치 영화 ‘타짜’의 배우 김응수가 “묻고 더블로 가”로 뒤늦게 스타덤을 누리듯, 조혜련과 해시태그(#) '태보해'가 새삼 ‘킬러 콘텐트’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대학로 연극 ‘사랑해 엄마’ 공연 중에, 객석을 가득 메운 초등학생들이 나를 보면서 태보 동작을 흉내 내는 거예요. 웃음이 터질까봐 입술 꽉 물고 연기했죠. 날 몰랐을 초등학생들까지 아는 걸 보고, 나만의 채널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여기까지 왔네요.”

벚꽃 있고 장미 있듯… 비교하는 삶 그만 

1992년 ‘KBS 대학 개그제’로 데뷔한 그는 특유의 에너지와 ‘골룸’ 분장 등 굴욕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으로 개그우먼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경실‧정선희‧옥주현‧강수정 등과 함께 출연했던 KBS2 ‘여걸파이브’(2004~2005)는 요즘 전성기를 이루는 여성 예능의 원조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대학 전공(한양대 연극영화과)을 살려 꾸준히 해온 연극·뮤지컬도 최근에 더 열성이다. 뮤지컬 ‘넌센스 2’(2017), ‘메노포즈’(2018), 연극 ‘사랑해 엄마’(2019) ‘홈쇼핑 주식회사’(2020) 등에 출연했다.

“바쁘고 잘 나갈 땐 옆 사람이 잘 되면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아 조바심 난 적도 있죠. 여러 힘든 일을 겪고 보니, 인기 있고 일 많은 게 행복의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벚꽃 있고 장미 있듯이 각자 자기 삶을 살면서 비교하지 않는 게 성숙한 삶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중단돼서 아쉬운데, 조만간 관객과 호흡할 무대도 기다립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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