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34)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고 국내 모든 산업이 이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자영업의 경우는 직격탄을 맞아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식당의 매출은 거의 90% 격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상시국인 상황에서 위생관념이 전혀 없는 식당도 많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불특정 사람이 사용하는 수저를 뜨거운 물에 매일 소독해야 하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고, 주방 환경이 무방비로 방치된 업소가 많은 게 현실이다.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도 문제지만 많은 손길이 닿는 손잡이, 수저통, 테이블에 묻은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며칠씩 남아 그걸 접촉하고 또 다른 곳에 옮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후배가 세계적인 독일 회사와 제휴를 맺고 손잡이, 화장실, 엘리베이터 버튼, 심지어 나무, 섬유에까지 항균 나노코팅을 해 바이러스뿐 아니라 모든 박테리아균 자체가 반 영구적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도입했다며 국내 적용 가능한 사업체 검토를 부탁해 몇몇 호텔,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 경영진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호텔, 식당 등 다중시설을 기피하는 이유는 어디서 옮길 줄 모르는 감염에 대한 심리적 공포 때문이다. 사람들의 접촉이 빈번한 다중공간 내 접촉 다발 시설에 바이러스 자체가 침투할 수 없는 항균 나노코팅 사전 방역을 하면 불안감을 해소하고 클린 호텔, 클린 식당 이미지로 보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심리적 방역을 심어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이 90% 이상 격감해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는 그동안 벌어둔 이익금을 가맹점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도 투입비용을 먼저 생각하고 망설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국내 저가 항공사가 이미 발권을 다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나온 고객을 외면하고 효율이 나지 않는다며 운항을 취소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저가 항공사 경영진의 눈에는 고객은 존재하지 않기에 일어난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효율, 즉 이익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고객과의 신뢰와 약속이다.
팔순도 훨씬 넘은 나의 어머니는 경남 양산에서 20년째 조그마한 식당을 하고 있다. 식당 영업은 11시부터 하는데도 인근 골프장 손님이 전날 전화를 해 새벽 6시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러 간다고 예약을 하면 두말도 하지 않고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향한다. 택시비 4000원을 내고 두 명이 1만4000원 내는 아침을 준비하는 어머니는 이윤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고객에 대한 배려로 예약을 받고 약속을 지킨다.
매장을 오픈하면 모든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고 직원들끼리도 손발이 안 맞고 엉망이고, 한 달쯤 지나야 비로소 조금씩 운영이 안정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점주는 오픈 첫날부터의 성공만 생각하기에 주변 광고에 열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전화해 초청한다.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식당 운영이 매끄럽지 못한 건 당연해 여기저기 불만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한번 불쾌한 대접을 받은 고객은 다시 그 식당을 찾아오지 않게 되고 점점 손님이 줄어 결국엔 폐업까지 하게 된다.
준비되지 못한 첫날부터 고객 유치에 신경 쓰기보다 식당을 방문하는 한명 한명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만족하게 하고 모든 게 안정화되어 간다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홍보도 하고 지인들에게도 연락도 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고 마음만 앞서면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고 오늘 방문한 고객 한 명의 만족이 오십년을 이어가는 노포 식당의 출발점이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가맹점 내 접촉시설에 항균 나노코팅을 해주는 적은 비용마저도 외면하는 본사가 잘 될 리 만무하고, 이미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한 자사 고객을 버리고 이익이 낮다고 운행을 중단하는 그런 항공사가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고객은 효율의 대상이 아니고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