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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오픈 첫날 손님 많던 식당, 왜 문 닫게 됐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34)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고 국내 모든 산업이 이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자영업의 경우는 직격탄을 맞아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식당의 매출은 거의 90% 격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상시국인 상황에서 위생관념이 전혀 없는 식당도 많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불특정 사람이 사용하는 수저를 뜨거운 물에 매일 소독해야 하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고, 주방 환경이 무방비로 방치된 업소가 많은 게 현실이다.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도 문제지만 많은 손길이 닿는 손잡이, 수저통, 테이블에 묻은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며칠씩 남아 그걸 접촉하고 또 다른 곳에 옮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후배가 세계적인 독일 회사와 제휴를 맺고 손잡이, 화장실, 엘리베이터 버튼, 심지어 나무, 섬유에까지 항균 나노코팅을 해 바이러스뿐 아니라 모든 박테리아균 자체가 반 영구적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도입했다며 국내 적용 가능한 사업체 검토를 부탁해 몇몇 호텔,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 경영진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코로나19는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도 문제지만 많은 손길이 닿는 손잡이, 수저통, 테이블에 묻은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며칠씩 남아 그걸 접촉하고 또 다른 곳에 옮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코로나19는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도 문제지만 많은 손길이 닿는 손잡이, 수저통, 테이블에 묻은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며칠씩 남아 그걸 접촉하고 또 다른 곳에 옮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 pixabay]

사람들이 호텔, 식당 등 다중시설을 기피하는 이유는 어디서 옮길 줄 모르는 감염에 대한 심리적 공포 때문이다. 사람들의 접촉이 빈번한 다중공간 내 접촉 다발 시설에 바이러스 자체가 침투할 수 없는 항균 나노코팅 사전 방역을 하면 불안감을 해소하고 클린 호텔, 클린 식당 이미지로 보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심리적 방역을 심어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이 90% 이상 격감해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는 그동안 벌어둔 이익금을 가맹점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도 투입비용을 먼저 생각하고 망설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국내 저가 항공사가 이미 발권을 다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에 나온 고객을 외면하고 효율이 나지 않는다며 운항을 취소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저가 항공사 경영진의 눈에는 고객은 존재하지 않기에 일어난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효율, 즉 이익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고객과의 신뢰와 약속이다.

팔순도 훨씬 넘은 나의 어머니는 경남 양산에서 20년째 조그마한 식당을 하고 있다. 식당 영업은 11시부터 하는데도 인근 골프장 손님이 전날 전화를 해 새벽 6시 아침을 먹고 운동을 하러 간다고 예약을 하면 두말도 하지 않고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식당으로 향한다. 택시비 4000원을 내고 두 명이 1만4000원 내는 아침을 준비하는 어머니는 이윤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고객에 대한 배려로 예약을 받고 약속을 지킨다.

식당은 오픈 첫날부터 고객 유치에 신경 쓰기보다 식당을 방문하는 한명 한명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만족하게 하고 모든 게 안정화되어 간다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홍보를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식당은 오픈 첫날부터 고객 유치에 신경 쓰기보다 식당을 방문하는 한명 한명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만족하게 하고 모든 게 안정화되어 간다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홍보를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매장을 오픈하면 모든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고 직원들끼리도 손발이 안 맞고 엉망이고, 한 달쯤 지나야 비로소 조금씩 운영이 안정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점주는 오픈 첫날부터의 성공만 생각하기에 주변 광고에 열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전화해 초청한다.

손님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식당 운영이 매끄럽지 못한 건 당연해 여기저기 불만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한번 불쾌한 대접을 받은 고객은 다시 그 식당을 찾아오지 않게 되고 점점 손님이 줄어 결국엔 폐업까지 하게 된다.

준비되지 못한 첫날부터 고객 유치에 신경 쓰기보다 식당을 방문하는 한명 한명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만족하게 하고 모든 게 안정화되어 간다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홍보도 하고 지인들에게도 연락도 해야 한다.

성공하고 싶다고 마음만 앞서면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고 오늘 방문한 고객 한 명의 만족이 오십년을 이어가는 노포 식당의 출발점이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가맹점 내 접촉시설에 항균 나노코팅을 해주는 적은 비용마저도 외면하는 본사가 잘 될 리 만무하고, 이미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한 자사 고객을 버리고 이익이 낮다고 운행을 중단하는 그런 항공사가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고객은 효율의 대상이 아니고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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