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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게임중독은 질병'이라더니…이젠 "게임 하라"는 WHO

중앙일보

입력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시작했다. '떨어져서 같이 놀자'는 이 캠페인은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언택트) 소통'이 가능한 게임을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회사들이 WHO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블리자드는 게임 '와우(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라이엇게임즈는 롤(LoL·리그오브레전드)을 개발한 회사들. 불과 10달 전만 해도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며 게임산업과 대립각을 세우던 WHO는 왜 이런 캠페인을 하는 걸까.

닌텐도 스위치가 지난 20일 발매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 장면. 가상의 공간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있다. [사진 닌텐도 코리아]

닌텐도 스위치가 지난 20일 발매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 장면. 가상의 공간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있다. [사진 닌텐도 코리아]

코로나19와 게임, 무슨 관계?

전 세계 주요 산업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게임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실업 또는 자가격리 등 여러 이유로 집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면서 게임을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PC, 모바일, 콘솔 등 기기에 상관없이 게임 이용자가 늘었다.

  · 지난 2월 전 세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40억 건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29억 건) 대비 39% 증가한 수치다(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PC게임 플랫폼 ‘스팀’은 지난달 22일 접속자 2268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
  · 일본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도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일본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0% 증가했다(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 스위치용 신작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지난달 발매 3일 만에 188만장이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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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과 큰 흐름에서 다르지 않다. 사용자가 늘고 있는 편이다.

  · 국내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지난 2월 5500만 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었다(센서타워).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의 경우 평균 하루 매출액이 올해 1월 37억원에서 3월엔 40억원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와이즈앱).
  ·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넷마블은 3월 9일 기준으로 한 달 새 9.2%, 펄어비스17.5% 상승했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3.7% 떨어졌지만, 전체 코스피 하락률(-5.2%)보단 낮다. 같은 기간 미국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5.4%, 징가는 5.8% 상승했다. 또 일본 닌텐도의 주가는 21.7% 급등.

이게 왜 중요해?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지자 3D게임 로블록스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지자 3D게임 로블록스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학교, 직장, 모임 등이 중단된 상황. 가상의 세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게임의 가치와 재미가 '재발견'되고 있다.

  · 코로나19 제너레이션의 게임 : 요즘 어린이들은 3D 게임 '로블록스'로 친구들과 게임 안에서 소통한다. 일부 부모는 로블록스에서 자녀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친구와 친척이 아바타와 함께 입장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게임의 올해 2월 대비 3월 사용량은 40% 증가했다(미국 CNBC).
  · 코로나 블루 극복 게임 : 닌텐도의 '동물의 숲'은 무인도로 이주한 뒤 원하는 대로 섬을 가꾸는 게임이다. 최근엔 이 무인도에 친구를 초대해 파티를 여는 등 만남의 장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 제한이 계속되자, 지친 사람들이 안식처로 게임 속 세상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영국 BBC). 이 게임에는 코로나19로 취소된 졸업식을 대신하는 대학생, 오프라인 결혼식 대신 게임 속에서 결혼식을 한 커플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비즈니스인사이더).

상황이 이렇자 게임 중독에 비판적이던 WHO의 태도도 달라졌다.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를 코로나19 극복에 활용하자는 데 앞장서는 캠페인을 할 정도.

빅 픽쳐

"게임은 불경기에도 끄떡없는(recession-proof) 산업"이라는 속설을 재확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 2008년 11월 미국에선 53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400만명이 실업수당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미국 비디오게임 시장은 전년(2007년 11월) 대비 10% 성장했다. 실직 등으로 시간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게임을 찾은 것(시장조사기관 NPD).
  · 한국 게임시장 규모도 2008년 전년대비 9%, 2009년 17.4% 급성장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최근 글로벌 IT 공룡들도 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페이스북 게이밍은 최근 '포트나이트' 등 인기게임의 멀티 플레이 기능을 출시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2개월 무료로 제공한다. 아마존이 2014년 인수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는 사용자들에게 무료 게임도 제공할 예정이다.

더 알면 좋은 점

전 세계적 인기로 품귀현상을 빚은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이 중국에선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는 10일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동물의 숲'이 사라졌다"며 "홍콩 게이머들이 '동물의 숲'을 통해 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알리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은 ‘동물의 숲’에서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는 시위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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