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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사회적 거리두기에 활동량 줄이면 간 어떡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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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이영선 고대구로병원 간센터 교수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이 위축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답답함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지만, 거리두기는 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특히 지방간을 가진 환자에게도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간은 크게 술을 마셔서 생기는 ‘알코올 지방간’과 술로 인한 것이 아니라 비만과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25~35%의 인구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16.1~33.3%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만성 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환자의 70~75%는 단순 지방간으로 양호한 경과를 나타내지만, 25~30%는 비알코올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게 되며 오랜 시간 동안 간 섬유화를 거쳐 간경변증·간세포암종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단순 지방간과 비알코올 지방간염을 정확하게 구분해 진단하기 위해서는 간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 합병증 발생의 위험 등으로 인해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간 섬유화 검사, 혈액검사와 같은 비침습적 검사를 이용해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몇 가지 약물들이 비알코올 지방간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지만, 탁월한 치료 효과와 안정성 측면에서 장기간의 사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까지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에서 가장 좋은 치료는 체중 감량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래 체중의 7% 이상을 빼는 것이 간의 조직학적 소견으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10% 이상 빼면 더욱 좋다고 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식이요법으로는 단당류를 비롯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행되면서 사람들이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간편식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헬스장 및 산책로 이용의 제한으로 인해 운동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최근 활동량이 부족해 체중이 증가했다고 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검사 결과에서도 악화를 보인다.

현재는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본인이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자라면 더욱 신경 써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식이 조절을 병행해 체중이 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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