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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쌍용차에 400억원 지원 확정”…‘언 발에 오줌누기’

중앙일보

입력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4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하지만 경영정상화에 2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4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하지만 경영정상화에 2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쌍용차 본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가 긴급운영자금 400억원 지원을 확정했다. 하지만 월 고정비가 500억원씩 들어가는 데다 1900억원 넘는 차입금을 당장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힌드라는 10일(현지시간) 임시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긴급운영자금 400억원 조달 방안을 확정했다. 신규자금은 우선 대여금으로 처리한 뒤 한국과 인도의 법규에 따라 자본금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앞서 마힌드라는 지난 3일 이사회에서 당초 계획돼 있던 2300억원 지원 방안을 철회했다. 향후 3년간 한국 금융기관 지원을 포함해 쌍용차 정상화에는 5000억원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월 방한해 쌍용차에 23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철회했다. 인도 내수 시장 3위인 마힌드라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월 방한해 쌍용차에 23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철회했다. 인도 내수 시장 3위인 마힌드라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쌍용차는 이날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5000억원은 당장 올해 필요한 것은 아닌 만큼 마힌드라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포함해 이해 관계자와의 협력을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물류센터 매각 계약이 지난 7일 마무리되는 등 신규 자금조달을 위해 추진 중인 비핵심 자산 매각 작업 역시 진행되고 있어 단기 유동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한국 정부·금융기관의 도움 없이는 쌍용차 생존이 어렵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월 500억원대 고정비가 들어가는 쌍용차가 부산물류센터에 이어 안성 인재개발원을 매각하더라도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 막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추가로 1000억원가량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상화에 들 자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자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주주로 참여하는 한국GM과 달리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일 뿐이어서 자금 지원 명분도 마땅치 않다.

당장 내놓을 신차가 없는 쌍용차는 기존 차의 편의, 안전사양을 강화하고 커넥티드 서비스를 지원하는 '리스펙(RE:SPEC)' 모델을 내놨지만, 경쟁이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사진 쌍용자동차

당장 내놓을 신차가 없는 쌍용차는 기존 차의 편의, 안전사양을 강화하고 커넥티드 서비스를 지원하는 '리스펙(RE:SPEC)' 모델을 내놨지만, 경쟁이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사진 쌍용자동차

다만 당장 쌍용차의 ‘급한 불’을 끌 2000억~3000억원 지원이 산은 입장에서 아주 큰 액수는 아닌 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채권자들이 쌍용차의 뒷받침을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상태여서 우선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결정’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쌍용차의 경쟁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신형 코란도를 내놨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유동성 위기로 당분간 신차 출시도 어렵다. 내수 판매는 다소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 실적은 2016년 5만2000대에서 지난해 3만4000대로 급감했다.

마힌드라가 미국 포드 등 해외 완성차 업체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수혈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포드 역시 신용등급이 ‘정크’(S&P)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여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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