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때린 새누리 '반다송'···이번엔 민주당이 "착한 총선"

중앙일보

입력 2020.04.12 10:00

업데이트 2020.04.12 10:19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 사무실 인근에서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를 지원 유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스 야구 감독.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난곡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 사무실 인근에서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를 지원 유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스 야구 감독. 오종택 기자

“첫 번째 전선은 코로나19 전선, 두 번째는 경제 위기와의 전선, 세 번째가 총선 경쟁.”(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4·15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야당과의 경쟁을 코로나19 전선 다음의 후순위로 밀어내고 있다.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조용한 선거’를 강조하더니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서로 미워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일주일째 반복했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선거에서 대결 구도를 지우고 ‘낮고 겸손하게’라는 로우키 모드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내부적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1당이 돼야 한다”(이 대표)는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겉으로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민주당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당파 숨기고 ‘공공선’ 강조=“저를 지지하는 분들도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님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반대로 다른 후보 지지하시는 분들도 이낙연이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지난 4일 처음 이 말을 꺼내 주목받은 이 후보는 이후 연일 포용의 제스처를 취했다. 8일 부산 지원유세에서는 “로고송을 일체 틀지 않고 조용히 하고 있다”는 같은 당 김비오 후보(부산 중-영도)의 어깨를 두드리며 연신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을 방문, 중구영도 김비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떡을 구입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을 방문, 중구영도 김비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떡을 구입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유세송·스킨십을 잃은 건 여야가 똑같은데 민주당에선 유독 이번 총선을 “조용히 치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정했는데, 집권당이 거스르고 유권자 속으로 뛰어들 수 없다는 논리다. “국난 상황에서 선거를 축제처럼 치르기는 어렵다”는 명분도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철에 종종 볼 수 있는 ‘공공선 프레임’이라고 설명한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실체는 여야의 대결이지만 누가 집권하더라도 정파적인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인식을 국민 다수가 하게 될 경우에는 그 정치세력의 정당성이 그만큼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공공선 선택’이라는 일종의 프레이밍(틀짜기) 전략이라는 얘기다. “지지층에게 하나의 당파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공공선을 선택했다는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신 교수의 분석이다.

◇4년 전엔 새누리당이 ‘반다송’=집권 여당이 이런 전략을 편 사례는 가까운 과거에도 있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정신차려요 싸우지 마요…국민은 갑이오, 국회는 을”이라는 가사의 ‘반성과 다짐의 노래’(반다송)를 선보였다. 집권 4년차, 정권 후반기에 치러진 총선에서 거센 심판론에 맞설 카드로 일종의 ‘읍소 전략’을 택했던 거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앞서 '죄송합니다','잘 하겠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김경빈 기자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앞서 '죄송합니다','잘 하겠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김경빈 기자

야당과의 정면 대결보다 ‘낮고 겸손하게’를 외쳤다는 점에서 현 민주당 전략과 일부 겹친다. 유권자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비슷하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치르는 이번 총선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정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에게 ‘우회 접근로’를 마련하는 전략이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반복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간평가론 방어 전략?=다만 늘 효과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선거가 치러지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작용 기제가 달라진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 경제위기론 등 중간평가 프레임이 부상하면서 민주당에 불리한 요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흐름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간 건 맞지만 이런 잠복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돌아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미래통합당이 중간평가 심리를 얼마나 더 끌어낼 수 있을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수도권 등 핵심 승부처와는 달리 전남에서는 “민주당의 화려한 로고송과 율동, 대규모 동원유세 선거운동이 여전하다”(민생당 전남도당)는 주장도 나온다. 신 교수는 “분명히 선거를 앞두고 경쟁을 하는 상황인데 대결하고 있다는 것을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재밌는 광경”이라며 “민주당이나 통합당이나 속으로는 정치적, 정책적 계산이 진지하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6년 새누리당의 반다송을 일컬어 “반성하고 다짐하는 게 아니라 반성하는 척 다급한 노래”라고 평가절하했다. 당시 새누리당이 받아든 총선 성적표는 당초 예상과는 달랐던 원내 제2당(122석)이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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