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은 코로나 안 걸린다"...클럽 문 닫자 헌팅포차 북적

중앙일보

입력 2020.04.11 09:28

업데이트 2020.04.11 09:38

11일 새벽 마포경찰서와 마포구청의 유흥시설 합동점검을 동행 취재했다. 이가람 기자

11일 새벽 마포경찰서와 마포구청의 유흥시설 합동점검을 동행 취재했다. 이가람 기자

11일 새벽 서울 홍대 인근의 클럽 42곳이 전부 문을 걸어 잠갔다. 수도권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가 사실상 영업 중단 명령에 해당하는 ‘집합금지명령’을 내려서다.

실제 중앙일보가 마포경찰서ㆍ마포구청의 유흥시설 합동점검을 동행 취재한 결과 홍대 예술의거리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인근에서 2012년부터 휴대폰 액세서리 판매점을 운영했다는 박진호(39)씨는 “평상시 ‘불금’ 때를 생각하면 유동인구가 5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점검반은 42곳의 클럽 명단이 적힌 종이를 들고 일일이 영업장을 방문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클럽이 모두 문을 닫아 점검이 빨리 끝났다”면서 “일부 클럽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마포구에서 재난지원기금을 마련해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했다.

"젊은 사람은 코로나 안걸려" 헌팅 포차 수십명 몰려  

하지만 클럽이 문을 닫자 젊은이들의 발걸음은 감성 주점과 헌팅 포차로 옮겨갔다. 감성 주점과 헌팅 포차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서울시 규제 대상인 ▶유흥주점(접대부 有) ▶단란주점(접대부 無) ▶춤 허용업소에 포함되지 않는다.

10일 오후 10시 30분 홍대의 한 헌팅 술집 앞에는 20대로 보이는 손님 3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2m 간격유지’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하게 2~4명이 무리를 지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은 “지금 자리가 없어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1시간 30분째 기다리고 있던 대학 신입생 김모(19)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됐다면 홍대 자체를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온종일 집에 있어 답답함을 억누르다가 오랜만에 분출 좀 하려고 왔다”고 했다.

11일 새벽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헌팅포차 앞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다. 이가람 기자

11일 새벽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헌팅포차 앞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다. 이가람 기자

홍대에 놀러 나왔다는 대학생 김모(23)씨도 “(코로나19가) 전혀 걱정 안 된다. 젊은 사람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장인들이 회식하며 술 마시는 건 괜찮고 대학생들이 홍대에서 노는 건 문제인가.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홍대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최모(36)씨는 “대기 줄이 길다고 볼 수 없다. 평일 매출은 30%, 주말 매출은 40%가 줄었다”고 했다. 그는 “클럽이 문을 닫으니 홍대 상권 자체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걸리는 건 솔직히 모 아니면 도다. 포차뿐 아니라 어느 장소든 재수가 없으면 걸린다”고 했다.

만취해 구급차 출동하기도 

11일 새벽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대 맛의 거리'에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몰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우림 기자

11일 새벽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대 맛의 거리'에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몰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우림 기자

불야성을 이룬 건 홍대만이 아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앞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거리엔 노래가 흘러넘쳤고, 버스킹하는 이들도 자리했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이들은 열에 세 명꼴로 찾아볼 수 있었다. 술집 앞에는 5~6명씩 모여 담배를 피웠고 헌팅 포차 앞에는 30여명이 밀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친구와 건대를 찾은 김모(23)씨는 “너무 답답해서 술 마시러 나왔다”면서 “코로나가 염려되지만, 어차피 둘이 마실 거라 괜찮다”고 했다. 대학 새내기인 김모(20)씨는 “새내기 생활을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못 해 정말 짜증 난다. 5일까지 집에만 있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했다.

이날 새벽이 넘어가자 건대입구역엔 구급대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친구가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신고를 한 것이다. 이들은 별 탈 없이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11일 새벽 서울 건대입구역 앞에 구급대가 출동해 만취한 이를 깨우고 있다. 이우림 기자

11일 새벽 서울 건대입구역 앞에 구급대가 출동해 만취한 이를 깨우고 있다. 이우림 기자

한편, 서울시는 서래마을 칵테일바 집단감염과 강남 유흥업소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오는 19일까지 룸살롱, 클럽, 콜라텍 등 422개 유흥업소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7일 정세균 국무총리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젊은이들이 ‘조용한 전파자’가 되는 상황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우림ㆍ이가람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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