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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세일즈맨의 '욕망'과 '공감' 사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24)

정해진 급여를 받다가 매달 실적에 따라 통장에 들어오는 액수가 달라지는 세일즈 업종으로 옮긴 이팀장. 열심히 일해도 똑같은 급여를 받는 것보다는 일에 대한 성과와 보람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팀장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회사에서도 각자의 성공과 높은 소득을 독려한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로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그런데 가끔은 헷갈리고 고민될 때도 있다. 고객 제안과 상담과정에서 계약 성사에 너무 집중하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객이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더 두거나, 다른 제안이 더 적합할 것 같은데, 계약을 밀어부치거나 더 많은 매출을 위해 무리한 제안을 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후회다. 일을 잘 해보려 하는 욕심이 고객을 도망가게 하는 건 아닐지, 좀 더 편안하게 업무를 보면 계약과 매출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데 괜한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다.

고객들은 세일즈맨이 계약이나 매출을 압박하거나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싫어한다. 세일즈맨에 대한 가장 큰 거부감 중 하나이다. 자신들의 입장,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기분이 나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신뢰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편안하게 궁금한 점에 관해 설명해주고, 판단을 고객이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맡겨두는 세일즈맨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간단해 보인다. 압박하지 말고, 고객을 편안하게 해주면 고객이 원하는 세일즈맨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실은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 고객이 가장 싫어하는 세일즈맨은 ‘팔려고만 하는 세일즈맨’이다. (모 자동차 회사 세일즈 역량강화 컨설팅을 진행할 때 조사한 결과, 대부분 고객의 응답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팔려고 하는’이 아니라 ‘팔려고만 하는’이라는 점이다.

고객들은 세일즈맨이 계약이나 매출을 압박하거나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싫어한다. 편안하게 궁금한 점에 관해 설명해주고, 판단을 고객이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맡겨두는 세일즈맨을 더 선호한다. [사진 Pixabay]

고객들은 세일즈맨이 계약이나 매출을 압박하거나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싫어한다. 편안하게 궁금한 점에 관해 설명해주고, 판단을 고객이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맡겨두는 세일즈맨을 더 선호한다. [사진 Pixabay]

자동차 매장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매장에 들어가서 신차를 구경하려 하는데, 대충 인사만 하고 둘러보는 내내 별 설명이나 응대를 하지 않으면 어떨까? ‘팔 생각이 없나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기분이 나빠진다. 반대로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판매’에만 열을 올리게 되면 ‘팔 생각만 하는 사람이네’라는 생각과 함께 세일즈맨의 설명에 신뢰가 가지 않고 더불어 부담스러운 생각에 도망가고 싶어진다. 즉, 팔기 위한 노력을 하되, 팔려고만 하지 말고, 다른 무엇인가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일즈맨 입장에서는 어떨까? 위 이팀장 사례처럼 모든 세일즈맨은 소득으로, 인사고과 등으로 ‘실적’을 평가받는다. 또 이 평가는 개인의 성공, 직업적인 만족도 등과 밀접하게 영향이 있다. 당연히 매출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업무의 핵심이기도 하다. 개인의 혹은 회사의 ‘욕망’이다. 그러나 실제로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들 고객이 계약을 해줄 리 만무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오히려 욕망을 숨겨야 한다. 팔고 싶어하면 고객은 한 발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야 하지만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고객과 세일즈 과정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욕망’ 즉,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을 덜 먹는 게 편안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편안함은 동시에 세일즈 과정의 집중력, 활동력을 떨어트리게 한다. 세일즈는 고객의 거절, 불편함, 경쟁사와의 경쟁, 실패 등은 물론 자신의 나태함, 무기력 등이라는 복병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다. ‘욕망’이라는 동력이 줄어들면 그야말로 ‘힘’이 딸리게 된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고객과의 관계도 느슨해지게 되고, 고객은 평범한 설명을 듣고 그 순간 만족했다 해도 세일즈맨을 다시 찾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세일즈 조직에서는 끊임없는 동기부여, 교육 자극 등을 제공한다.

건강한 세일즈는 자신의 동력인 ‘욕망’과 고객의 상황과 감정, 생각을 이해함으로써 세일즈맨 자신의 욕망 보다 고객의 욕망에 더 큰 방점을 두는 ‘공감’의 두 가지 능력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건강한 세일즈는 자신의 동력인 ‘욕망’과 고객의 상황과 감정, 생각을 이해함으로써 세일즈맨 자신의 욕망 보다 고객의 욕망에 더 큰 방점을 두는 ‘공감’의 두 가지 능력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그러면 세일즈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성공과 성취를 위한 ‘욕망’을 숨기고 ‘욕망’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과 상담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할까? 건강한 세일즈, 과정과 결과가 훌륭한 세일즈는 바로 이러한 아이러니를 잘 극복하고 오히려 극대화하는 세일즈다. 자신의 동력인 ‘욕망’과 고객의 상황과 감정, 생각을 이해함으로써 세일즈맨 자신의 욕망 보다 고객의 욕망에 더 큰 방점을 두는 ‘공감’의 두 가지 능력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이타적인 ‘공감’과 다소 이기적인 ‘욕망’. 이 두 가지의 상충되는 역량을 모두 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5: 5로 나누어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할 때와 고객 관점의 공감에 집중할 때를 잘 알고 그에 따른 역량을 펼치는 것이다. 욕망을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고, 공감은 고객과 신뢰를 쌓고, 고객을 만족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이팀장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이렇다. 세일즈에서의 성공에 대한 욕망은 세일즈맨 자신의 성장 동력이다. 더 많이 활동하고, 더 강한 확신, 명료한 계획과 수준 높은 세일즈 활동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모두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고객과의 상담, 제안에서는 고객의 욕망에 집중하는 공감의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은 세일즈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고, 세일즈맨은 고객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욕망을 소홀히 하지 말되, 고객의 이익과 고객의 욕망에 대해 고객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 이 두 가지의 조금은 상반된 축의 균형을 절묘하게 잘 맞추는 것이 세일즈라고 말이다. 막연한 것 같은 이 두 가지 모두를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길 권할 것이다.

세일즈가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동시에 나 자신을 잘 이해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무엇에 동요되고, 자극받는가를 잘 이해하여 이를 긍정적인 욕망으로 구체화하여 이해해 보자. 성공과 성취에 욕심을 내는 것은 성장의 에너지이다. 그러나, 세상과 상대방에게 제공되는 이익, 상대방의 욕망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내 욕망은 신기루와 같다. 당연한 것 같은 이 진리가 세일즈 세계에서도 역시 당연히 통용된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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